신라면, 더 쫄깃해진 면발…세계인 울리는 '국가대표 라면'
신라면은 1986년 ‘얼큰한 라면’이라는 콘셉트 아래 나온 농심의 대표 상품이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많아 요즘 같은 불황일수록 브랜드 파워가 더 빛난다.

농심은 1985년 시장 1위에 올라선 뒤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라면을 개발했다. 1986년 국내 최초 매운맛을 강조한 라면으로 세상에 등장한 이후 2015년까지 국내에서만 약 250억개가 판매됐다.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약 112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작년 농심이 중국 시장에서 2억달러가 넘는 매출 신기록을 기록한 것도 신라면의 역할이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처음 신라면 개발 당시 농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또 라면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고 한 음절의 이름(辛)을 붙이고 시각적으로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통일해 ‘매운 라면’이라는 제품의 본질과 속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했다.

그렇게 탄생한 신라면은 출시 직후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며 단숨에 국내 라면시장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농심 측은 신라면 특유의 맛과 강렬한 디자인 콘셉트를 고수해온 게 성공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반짝 트렌드에 따라 제품 맛과 디자인을 그때그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료 배합비율을 고수하며 본연의 맛을 지켜가고 있다. 무엇보다 일정한 스코빌지수(SHU: 매운맛 측정지수)를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도 ‘한국의 맛을 그대로 세계에 전파한다’는 철학으로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들고 나섰다.

농심은 신라면 출시 28년 만인 2014년 8월 이례적으로 신라면을 새롭게 탈바꿈했다. 농심 관계자는 “더욱 신라면다운 신라면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포장 디자인에는 단순함을 추구했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손글씨)로 처리한 로고 ‘辛’과 강렬한 빨간 바탕을 강조하되 이외의 디자인 요소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간소화했다.

이는 신라면에 대해 소비자가 기억하는 연상을 분석한 결과로 탄생한 디자인이다. 빨간 바탕에 보다 강렬한 辛자를 내세워 브랜드 자체는 물론 신라면의 매운맛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맛도 개선했다. 그간 축적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신라면 ‘면’의 원료 배합비를 최적 수준으로 조정했다. 식감이 더욱 쫄깃해지고 국물과 더욱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또한 라면 면발의 퍼짐 현상을 완화하는 노하우를 개발해 마지막 한입까지 쫄깃한 면발을 맛볼 수 있게 했다. 국물은 신라면 특유의 얼큰한 맛을 그대로 유지하되 소고기의 깊은 맛은 더욱 풍성하게 했다.

신라면은 매년 국내외에서 약 700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어느덧 ‘사나이 울리는 라면’에서 ‘세계인을 울리는 글로벌 라면’으로 성장했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이슬람국가,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