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일부 신흥국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대비 환율이 공식 환율보다 최고 136% 이상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5개 신흥국의 암시장 환율이 자국의 공식 환율보다 최저 4%에서 최고 136%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시장 환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이들 국가의 달러가 부족함을 시사하며 자국 통화 가치는 낮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앙골라의 콴자 환율은 공식 환율보다 136% 높다.

달러화에 고정된 일부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작년 원자재 가격 하락과 세계 성장 둔화에 상당한 하락 압박을 받아왔다.

중국은 작년 8월 달러화에 고정된 위안화 가치를 크게 절하시켜 시장에 충격을 줬으며, 카자흐스탄과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등은 자국통화 방어를 포기하고, 달러 페그제를 폐기한 바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SG)의 번트 버그 신흥시장 전략가는 "신흥시장 일부 국가에서는 비공식 환율이 공식 환율과 크게 괴리되는 모습을 보여 페그제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와 같은 나라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는 지속 불가능한 상태"라며 "일단 페그제가 깨지면 현지 통화에 투자한 이들은 엄청난 손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는 작년 12월 페그제를 없애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해 공식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의 차이를 해소했다.

당시 둘 간 환율 차이는 달러당 4.2페소에 달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페그제를 폐기하기 전까지 수개월간 아르헨티나 암시장에서의 비공식 환율은 공식 환율보다 최대 50% 가량 높았다.

현재 나이지리아가 과거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상황이다.

나이지리아의 나이라 환율은 암시장에서 최대 70% 가량 높게 책정돼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의 숨화 환율도 110%가량 높다.

이집트는 작년 세 차례에 걸쳐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가치를 절하시켰으나 암시장에서의 달러화에 대한 파운드화의 가치는 12% 가량 낮은 상태다.

코메르츠방크의 사이먼 퀴자노-에반스 신흥시장 전략가는 "암시장 환율은 시장 환율을 더 잘 반영한다"라며 이는 역내 참가자들과 개인이 자국 통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