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한때 시장을 호령했으나 요즘에는 탄약이 떨어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해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3월 취임한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약속대로 그는 금융완화라는 '바주카포'를 꺼내들고 나섰다.

그가 2013년 4월과 2014년 10월에 각각 금융완화를 발표하자 주가는 급등했고 엔화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1차 금융완화는 그 압도적 규모에, 2차 금융완화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단행돼 시장 참가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2000년대 초반 재무성 고위 관료로 활동하던 시절에 해외의 비난을 무릅쓰고 무려 14조엔을 투입해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당시 그는 금융시장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평판을 구축하기도 했다.

일본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긴 이후로는 시장 참가자들의 의표를 찌르는 일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달라진 모습이다.

2014년 10월의 2차 금융완화는 중의원에 출석해 일본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으며 2%의 물가 상승률 달성도 제 궤도에 있다고 말한 뒤 불과 며칠만에 발표된 것이어서 시장에 일대 충격파를 던졌다.

구로다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것도 허를 찌른 또다른 실례다.

그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시장쪽의 추측을 줄기차게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이처럼 기습적인 조치들은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부드럽게 정책 변화를 반영하도록 허용한다면 부드러운 시장 반응을 얻게 될 뿐이다.

그린 식으로는 대중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월 스트리트 저널과 오래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별로 대담하지 않은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 대담한 조치를 취한 뒤 수정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구로다 총재가 2주전에 발표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깊은 인상을 주는데 실패했으며 단지 일부 시장 참가자들에게 일본은행이 지난 3년간 취한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는 확신만을 심어주었을 뿐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제는 성장과 침체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하고 있으며 2%의 물가 상승률 달성이라는 목표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졌다는 것은 일본은행의 정책적 한계, 아베노믹스의 운명에 대한 회의론을 높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