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페이스샵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LG생활건강과 중소기업 KPT가 함께 개발한 구슬 화장품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서울의 한 페이스샵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LG생활건강과 중소기업 KPT가 함께 개발한 구슬 화장품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LG는 지난해 2월 충청북도와 함께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충북혁신센터)를 열고 5만4000여건의 특허를 개방했다. LG의 특허를 공유받은 중소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KPT가 대표적이다. KPT는 의약품의 제조기술을 응용해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충북 청주에 있는 벤처기업으로 2005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구슬 모양의 캡슐에 액체 화장품을 넣은 형태의 ‘에멀전 펄’이라는 원료 제형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응용한 상품 개발과 이를 활용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KPT의 고민은 충북혁신센터가 출범하면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이 KPT의 원천기술인 에멀전 펄을 기반으로 한 상품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과 KPT는 약 4개월간의 공동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환’ 형태의 화장품인 ‘백삼 콜라겐 진주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전국 1200여개 더페이스샵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한 더페이스샵 매장을 통해 해당 제품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화학약품 업체 지앤윈도 마찬가지다. 2013년 창업한 지앤윈은 한 번 코팅만으로 세 번 코팅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단열 코팅액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생산라인이 없어 고민이었던 이 회사는 충북혁신센터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말 충북 옥천에 공장을 세웠다. 충북혁신센터는 지앤윈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스마트 팩토리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공정 개선작업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LG생산기술원 전문가들은 제조 설비의 설계, 구축, 운영 등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에 기술을 지원했다. 지앤윈은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단열재 코팅액과 관련해 총 200억원의 수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광학, 산업용 내외장 보호필름을 생산하는 세일하이텍도 충북혁신센터의 도움으로 매출을 크게 늘렸다. 이 회사는 LG화학에서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신사업에 진출했다.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더욱 향상된 2차전지 적용소재인 ‘스웰링 테이프’를 개발한 것. 이 회사는 스웰링 테이프 제조 공정과 관련, 국내에서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미국과 중국에서도 출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LG전자 생산기술원의 도움으로 생산 수율도 크게 높아졌다. 7명의 생산기술원 엔지니어가 투입돼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매달린 결과 73%에 불과한 필름 제조 수율이 90%까지 상승했다.

LG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한 ‘2015 대한민국 창조경제기업대상’에서 ‘창조경제종합대상’을 받았다. 구본무 LG 회장은 “혁신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