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금메달에 미소 지은 LG
지난 5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스위스 생모리츠. 그동안 스켈레톤 종목에서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두던 한국 대표팀이 ‘기적’을 일궈냈다. 23세 윤성빈 선수(사진)가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것. 윤 선수는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세계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0.07초 차로 제쳤다.

윤 선수가 환호하고 있을 때 남몰래 미소 지은 기업도 있다.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3년간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이후 각종 장비는 물론 해외 전지훈련 등을 전폭 지원해 왔다.

LG가 비인기 종목인 스켈레톤을 후원하며 큰 마케팅 효과를 노린 건 아니다. ‘사회공헌’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윤 선수가 우승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스켈레톤은 혼자 엎드려 썰매를 타는 스포츠다. 윤 선수가 방송이나 신문에 공개될 때마다 헬멧 정면에 붙은 LG 로고가 선명히 드러난다. 윤 선수의 우승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기대 이상의 마케팅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윤 선수가 지금의 기세를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우승하면 LG는 웬만한 메이저 스포츠를 후원한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G가 후원하는 비인기 종목은 스켈레톤뿐만 아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은 여자 야구를 후원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국내 당구랭킹 1위인 김행직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꿈과 소질이 있는 젊은이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구본무 LG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