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
"연장근로 할증률 낮추고, 미사용 휴가 금전보상 금지해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5일 청년 취업 부진의 원인으로 '장시간 근로'를 꼽으면서 연장근로 수당 감액과 미사용 연차 휴가에 대한 금전 보상 금지 등을 통해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날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근로자들이 연장근로 시 50% 더 주는 임금을 받으려고 불가피하게 연장근로를 선택하고 있다"며 "연차휴가마저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설비와 고용의 탄력적인 조정이 힘들다 보니 추가 고용보다 연장근로를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연장근로 할증률을 현행 50%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수준인 25%로 낮추고 미사용 연차휴가는 금전 보상을 금지하는 등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런 결정을 입법이 아닌 노사 합의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서는 '근로자들이 원치 않아도 추가근무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연차휴가를 쓰고 싶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게 우리나라의 근로 현실이 아니냐'는 지적 등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장시간 근로는 사용자가 강요하는 게 아니며 미취업 근로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뒤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한푼 더 뜯어낼 게 아니라 아들, 조카의 취업기회를 뺏으면서 누리는 것을 50%만 양보하려는 고민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마다 '형편이 어려워서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과 '얼마를 덜 받아도 몇 시간 더 일하고 싶다'는 입장이 있을 텐데 선택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며 "지금은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시행 자체를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우리나라 연간 휴가 사용 일수가 대개 2주로 제한되는데 3주를 다 쓰도록 하면 고용이 2%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차 휴가를 쓰려 하면 직장에서 눈치 보인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노조가 투쟁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300인 이상 기업의 80%가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재직 기간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급형 호봉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며 호봉제 폐지와 연봉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면 해고의 필요성은 거의 없어질 것이고 정년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선 "노동시장 경직성의 또 다른 모습"이라며 "임시방편으로 필요할 수 있겠지만 유연성 제고를 지향하는 노동개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노동계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의 원인이 된 정부의 '공정인사 지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지향하는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자는 것인데 이번 일반해고 지침으로 (해고가) 털끝만큼도 쉬워지지 않았다"며 "고용부가 '공정인사 지침은 해고의 안전장치'라고 홍보함으로써 그걸 스스로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고의 유연성 없이 취업의 유연성은 생기지 않는다"며 "두 가지는 같이 이뤄져야 하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좌초 위기를 맞은 노동개혁에 대해선 "노조와 합의 하에 고용이나 임금을 줄이는 노동개혁을 할 수만 있다면 더 좋겠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경영자들이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동개혁은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고, 지금은 내용이 미흡하더라도 노사정이 모여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며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했거나 취업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근로자, 노조가 같이 고민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