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의 '역풍'] '0…0…0…0…0' 미국 9월까지 금리 올릴 가능성 '0%'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12월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 시대’가 불과 두 달도 못 돼 사실상 끝났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Fed가 금리를 추가로 못 올릴 가능성이 커져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내달부터 오는 9월까지 다섯 차례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인상될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을 거래하면서 Fed의 금리 인상 확률을 가격에 반영한다. 11일 이 가격에 반영된 내달 인상 확률은 0%고 4월부터 9월까지는 0.1%다. 99.9%가 ‘안 올린다’에 건 것이다. 11월 인상 확률은 2.2%, 12월은 5.2%다. 12월까지도 여전히 ‘안 올린다’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Fed는 작년 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FOMC 관계자들이 2016년 말까지 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포인트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도표를 공개했다. 그러나 올 들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이 점도표가 실행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작년 말까지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기 때문에 Fed가 금리를 올리지만, 유럽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중앙은행이 ‘돈풀기’를 지속할 것이고, 이 때문에 미 달러화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일본과 유럽은 돈을 풀고, 미국은 돈을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기준금리(예치금금리) 폭을 -0.3%로 확대한 뒤 Fed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대분열(great divergence)’ 시대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분열은 두 달 만에 끝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는 11일 “통화정책 차별화에 기반한 거래는 완전히 끝났다”며 이제 달러 약세 포지션을 택하겠다는 보고서를 냈다. 존 오서스 파이낸셜타임스(FT) 선임 투자조언가는 “지난 수년간 투자자들은 미국과 미국 외 지역(일본·유럽 등)의 경제상황이 다르며, 통화정책도 이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거래했는데 지금 시장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목표했던 것과 시장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시장은 지금 조지 소로스가 ‘반사(reflexivity) 리스크’라고 부른 상황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