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에 이사회 의석 내준 AIG…결국 쪼개지나
미국의 최대 보험회사 AIG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사진)과 존 폴슨에게 이사회 의석 두 개를 내주기로 했다고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기업 분사를 요구해온 행동주의 투자자와 이를 반대하는 AIG 측이 분쟁을 끝내기 위해 타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칸이 이사회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그의 기업 분사 요구가 오히려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NYT는 “(기업분할과 관련한) 논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며 “논쟁이 이사회로 옮겨지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칸은 이날 “이사회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작고 단순한 것이 낫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칸이 창업한 헤지펀드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AIG 지분 3.46%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칸은 AIG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회사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보험 등 3개로 쪼갤 것을 요구하고 있다.

AIG는 파산 시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분류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받고 있다. 기업 규모를 줄여 규제대상에서 빠지면 수익성이 올라간다는 것이 아이칸의 주장이다. AIG 지분 1.2%를 보유한 헤지펀드 폴슨앤드코의 폴슨 회장도 아이칸을 지지하고 있다.

AIG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지난달 인력 감축 등 비용절감과 모기지 보험사업부 분리, 증권중개부문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아이칸을 비롯한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