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재고 빼면 1.5%에 그쳐
생산·유통 과정에서 생긴 재고의 기여도를 제외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부진해 재고가 쌓이면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고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재고가 올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재고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2010년(3.4%포인트)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더라도 국내총생산(GDP)에 잡힌다. 한은은 지난해 GDP가 2.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재고를 빼면 작년 국내 경제가 1.5%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뜻이다.

재고의 성장 기여도는 2011년 0.9%포인트, 2012년 -0.6%포인트, 2013년 -1.0%포인트로 떨어졌다가 2014년(0.5%포인트)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공장에 재고가 쌓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제조업 재고율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재고가 쌓이자 쉬는 공장이 늘어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재고가 올해도 국내 경제의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고가 늘어났는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게 된다. 재고 증가가 ‘생산 감소→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경기 회복 지연→수요 감소→재고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재고 증가분을 제외하면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3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한 재고가 단기 성장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호조로 수요가 늘어 재고가 줄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생산을 줄이는 식으로 재고를 해소하면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