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시장이 패닉이다. 닛케이225지수는 어제 372.05포인트(2.31%) 하락한 15,713.39로 마감했다. 엊그제 대폭락(5.40%)에 이은 급락세다. 올해 들어 40일 만에 18%나 빠졌다. 엔화 가치는 지난주 달러당 120엔대에서 114엔대까지 상승했다. 주가는 떨어지는데 엔화 가치는 올라간다. 엊그제 처음 마이너스를 보인 장기금리는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는 불확실성만 팽배해 있다.

일본 금융시장의 위기 원인으로 유럽 경기의 하락이나 유가 급락, 미국 경기 회복의 둔화 등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일본은행은 투자와 소비를 늘리는 차원에서 시중은행에 머물고 있는 예금을 민간으로 돌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리스크를 피해 안전자산을 찾으려는 자금과 투기를 노리고 몰려드는 자금들로 대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환율은 급속한 엔화 강세로 역시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경제를 살린다는 공식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예금의 미래 가치는 국가에 의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금융은 누가 뭐래도 예금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은행의 기능을 국가가 앞장서 무너뜨리면서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자칫 화폐의 기본 기능까지 사라질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스위스나 스웨덴, 덴마크 등지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증명하는 분석은 없다. 일각에서는 현금을 집안에 보관하는 사례만 늘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해 개인 금고업체의 매출이 25%나 증가했다고 한다. 연금이나 보험도 불안정하다. 운용실적이 나빠지면서 노후 연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만 과열되는 이상현상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책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장 반응은 정반대다.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기만 극성을 부리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더 깊은 마이너스 금리를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물론 일정 수준이 지나면 그때는 채권시장 폭락이 올 가능성도 있다. 변동성은 극대화된다. 내주 초 중국 시장이 열리면 국제금융시장은 더 큰 충격에 휩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