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구조조정 대응 현황 살펴보니…신한은행, 기업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률 '최고'
신한은행이 주요 은행 가운데 기업대출 부실화에 대한 대비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협은행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원리금 회수가 힘든 부실채권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10일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NPL) 커버리지비율을 비교한 결과, 신한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이 173%로 가장 높았다.

은행권 기업구조조정 대응 현황 살펴보니…신한은행, 기업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률 '최고'
NPL커버리지비율은 충당금(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적립액을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부실 대출)으로 나눈 수치다.

예컨대 A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이 150%라면 100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150억원의 예비자금을 내부에 쌓아뒀다는 의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실대출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한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2014년 말(154%)보다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1조6148억원의 부실채권을 갖고 있는 이 은행은 충당금으로 2조7898억원을 적립했다.

신한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좋았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NPL비율은 지난해 말 0.8%로 전년 대비 0.23%포인트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대출 전략을 실행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행(152%)과 KEB하나은행(133%), 우리은행(122%) 순으로 NPL커버리지비율이 100% 이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은 1년 사이 NPL커버리지비율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

NPL커버리지비율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2014년 말 97%이던 NPL커버리지비율을 지난해 말 122%로 25%포인트가량 높였다.

2014년 말 이광구 행장 취임 직후 기업신용평가 모형을 전면 개선해 대출심사 때 업종별 경기 상황을 수시로 반영하는 식으로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한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성동조선해양 등 부실 가능성이 큰 대기업에 추가 대출하지 않는 보수적 대출전략을 편 것도 NPL커버리지비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NPL커버리지비율이 79%로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00%를 밑돌았다. 충당금 적립액이 부실 대출 규모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NPL비율도 2.27%로 신한은행보다 세 배가량 높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본 조선업종과 해운업종에 속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올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만큼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국내외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언제 추가 부실대출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은행들의 부실기업 대출 조이기도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은 54곳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은행들에 충분한 충당금을 쌓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 규모는 19조6000억원 수준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