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마르지 않는 샘' 같았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2012년 이래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명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면서 역외시장과 역내시장 위안화 환율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자본유출 우려와 헤지펀드의 약세 베팅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본통제라는 최후의 칼을 뽑아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中 외환보유액, 4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마지노선' 3조달러 뚫리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중국 외환보유액은 최근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1월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995억 달러(약 119조원) 감소한 3조2천300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2012년 5월 이래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이런 하락세는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천80억 달러가 감소했고, 8월에도 94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결국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한 해 동안 5천127억 달러 줄어들어 연간 기준 사상 첫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상당량의 외환보유액을 헐어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수개월 내 3조 달러까지 뚫릴 수 있다.

블룸버그가 설문조사한 이코노미스트 12명 가운데 10명은 중국 외환보유액이 연내에 3조 달러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3조 달러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 등은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중국 정부의 환율 방어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 지점을 '중요한 문턱'이라고 표현했다.

또 소시에테제네랄은 외환보유액이 2조7천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금액보다도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라집 비스와스는 "남아있는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액수이기는 하지만, 급속한 감소세를 계속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 감소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중국의 자본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에 연간 650억 달러가 순유입됐지만 2014년에는 3천110억 달러, 지난해에는 8천60억 달러가 각각 순유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도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1천587억 달러가 빠져나갔으며 지난해 1년 동안에는 1조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진데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 이동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본유출이 심화하면 다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주기 때문에 중국 당국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美 헤지펀드의 공격…"달러당 7.5위안" 전망도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헤지펀드들과 중국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다.

소로스는 지난달 21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불가피하다"며 아시아 국가 통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 자산관리를 이끄는 빌 애크먼도 지난해부터 위안화 하락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헤지펀드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투자의 85%를 위안화·홍콩달러 하락에 베팅하고 있으며, 유명 트레이더 스탠리 드러켄밀러,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테퍼가 하락 베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쪽에 집중적으로 베팅하는 '빅 쇼트' 전략을 취한 것이다.

역내시장 환율은 지난 5일 달러당 6.5755위안으로 마감했다.

춘제(설) 기간인 이번주에는 역내 외환시장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환율은 달러당 6.76위안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라보뱅크는 달러당 7.53위안까지도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연내 위안화 가치가 이처럼 대폭 절하되면 외환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고시환율이 바스켓에 따라 결정되므로 달러당 7.5위안이 되려면 유로화 대비 달러화가 1대1 이하로 떨어지고 달러 대비 엔화는 130엔에 가야 한다"며 7.5위안까지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자본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크고 작은 조치들이 연달아 나온 상황이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역외 은행의 홍콩 내 위안화 예금에 대해서도 지급준비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급준비율은 역내와 동일한 17.5%가 될 전망이다.

홍콩 소재 중국계 은행들의 위안화 대출을 중단하는가 하면 은행들이 외국 기업의 본국 송금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만수 국제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채권·주식 투자 등에 외국자본 쿼터를 두는 등 이미 현재도 강력한 (자본)통제를 하고 있는 국가"라며 "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자본규제라기보다는 내국인들이 규제의 빈틈을 이용해 투기적으로 위안화를 팔고 달러 자산을 사들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