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직원 "워커힐면세점이 문 닫게 될지는 몰랐다" 박탈감 느껴
"현실을 인정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지금은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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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선호 기자/ 워커힐면세점 매장 전경

워커힐면세점 직원들의 입이 열렸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특허권이 사라진 곳은 두 곳,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 직원들은 '면세점 5년 시한부' 법으로 '고용 불안' 야기됐다며 국회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었다. 그리고 이제 주목받지 못했던 워커힐면세점의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으로는 워커힐 단독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어, 직원들은 '고용 불안'으로 인한 고충이 더욱 심각했다.

워커힐면세점 직원 A씨는 "지난해 11월 워커힐면세점이 특허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멘붕'이었다"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닌데 23년 간 운영된 면세점을 정부가 문 닫게 만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워커힐면세점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족같이 지내온 동료들이다. 워커힐면세점 직원 B씨는 "여기(워커힐)에 입사하게 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평생직장으로 생각한다. 워커힐면세점이 문 닫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아직도 특허가 떨어져 (직장에서) 나가야 된다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며 "계속 매장 문을 열어둘 수 있다면 동료들과 함께 여기서 근무하고 싶다"고 밝혔다. 워커힐면세점 직원 대다수는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입사 후 10년 이상의 근무자들이 많을 정도로 현장 직원들이 워커힐면세점에 갖는 소속감은 상당하다.

직원 C씨는 "당장 퇴직을 하게 되면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걱정이다. 워커힐면세점이 문을 닫게 되면 그 순간 퇴직해야 되는 데 사내 어린이 집에선 퇴직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며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을 때 어린이 집을 새로 알아봐야 되는 동안 당장 자녀를 어디에 맡길지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 내 어린이 집은 신청자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대기자 명단이 꽉 찬 상태다. C씨는 "두산에서 고용승계를 하고 있는 데 동대문 지역으로 이직하게 되면 주택과 함께 어린이 집까지 알아봐야 하는 데, 가끔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워커힐면세점 현장은 어수선하다. 직원들은 입을 모아 "워커힐면세점이 사라질 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면세점 특성상 가정이 있는 여성 직원들이 많은 데 두산으로 가게 되면 심야영업까지 근무해야 돼 부담이 된다"며 "심야까지 근무를 하다보면 자녀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곳에서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할지 막막한 심정만 직원들에게 쌓이고 있다. 한 직원은 워커힐면세점이 문 닫게 된 것이 마치 "친정집이 망한 느낌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워커힐면세점 10년 이상의 근무자들이 갑자기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됐다. 또한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5년 뒤 또 다시 '고용 불안'과 '이직'이 줄 스트레스에 직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다.

워커힐면세점 직원들에게 여행사 가이드들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직원처럼 국회 앞에서 시위라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리고 넌지시 여행사 가이드들은 워커힐면세점 직원에게 "다른 곳(타 면세점)으로 가게 되면 알려주세요. 이렇게 친하고 잘 안내해주시는 데 그쪽으로 관광객들을 데려가 안내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워커힐 직원들은 당장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워커힐면세점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들은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며 "다른 것보다도 이곳(워커힐)에 쌓은 추억과 동료들 간의 정이 있다"고 말했다.

김선호 한경닷컴 면세뉴스 기자 fovoro@kd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