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컴 경영권 놓고 '부녀 갈등'…이사회서 후임 CEO 임명했지만 딸이 반대
미국 미디어그룹 바이어컴의 차기 경영권을 놓고 부녀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발단은 섬너 레드스톤 바이어컴 회장(93·사진 왼쪽)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3일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바이어컴은 MTV를 비롯한 케이블 방송과 영화사 파라마운트픽처스 등을 거느린 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이다. 레드스톤 전 회장은 지분 80%를 가진 비상장 지주회사 내셔널어뮤즈먼츠를 통해 바이어컴과 지상파 방송사인 CBS를 소유하고 있다.

직접 바이어컴과 CBS 회장을 맡아 왕성하게 경영 활동을 펼쳤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해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그의 전 여자친구인 마누엘라 헤르처는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LA)지방법원에 레드스톤 전 회장의 정신감정을 요청하며 “그와의 정상적인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며 영화나 드라마 내용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고 밝혔다.

바이어컴 이사회는 필립 도먼 바이어컴 최고경영자(CEO)를 후임 회장으로 임명했지만 딸인 샤리 레드스톤 내셔널어뮤즈먼츠 회장 겸 바이어컴·CBS 부회장(오른쪽)이 반대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도먼 CEO는 오랜 기간 레드스톤 전 회장을 보좌해온 오른팔이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적 악화에 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거액의 연봉을 챙겨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셔널어뮤즈먼츠 지분 20%를 가진 레드스톤 부회장은 “누가 아버지의 뒤를 잇든 독립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레드스톤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며 “바이어컴 향방은 부녀간의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CBS 회장으로는 레드스톤 부회장의 지지를 업고 레슬리 문베스 현 CEO가 선임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