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TPP 협정문 분석 결과 발표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 선점 효과 상당 기간 지속할 것"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추가 검토 후 가입 관련 입장 확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 기업이 다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주요 국가의 수출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TPP 회원국의 정식 서명에 맞춰 이같은 협정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TPP 12개 회원국들은 이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서명식을 가졌으며 우리나라는 아직 TPP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는 "TPP는 한·미 FTA를 근간으로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규범과 시장접근 분야 모두 전반적으로 한·미 FTA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향후 TPP 비회원국도 TPP 국가와 교역 및 투자를 하려면 관련 규범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PP 협정문은 총 30개 챕터(한·미 FTA는 24개)로 구성됐다.

총 9천여 쪽에 이를 정도로 양이 방대하고 협정문 구조도 복잡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협정문이 공개된 직후 협정문 분석 테스크포스를 꾸려 세부 내용을 검토해왔다.

뉴질랜드, 베트남과는 두 차례 기술협의를 진행해 협정문 해석 관련 조언을 구했다.

정부는 앞으로 미국 등 주요국과 기술협의 등을 통해 불명확한 부분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입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 시장 접근 분야…95∼100% 자유화 달성 = 상품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회원국이 품목 수 기준으로 95∼100%의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으로 한·미 FTA 등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FTA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자유화율은 약 98∼99%로 우리나라와 체결한 FTA 자유화율 89∼90%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철강, 가전 품목에 대한 양허 수준을 개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예외 없는 관세 철폐'가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부분 감축, 관세율할당(TRQ), 장기 철폐 등을 통해 나라별 민감성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고 이미 관세 철폐가 진행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주요 국가에 대한 수출시장 선점 효과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체결된 FTA의 경우 2018년 1월1일 기준으로 미국 93.7%, 호주 99.5%, 베트남 88.0% 등 주요국의 관세가 상당히 철폐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TPP가 2018년께 발효되더라도 우리 기업은 이미 주요 시장에서 TPP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철폐 혜택을 향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자동차는 미국이 일본산 완성차에 대한 관세를 25년간 철폐할 예정인 반면 우리나라 승용차는 이미 올해 1월1일부터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전기 등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협정(ITA)과 다른 FTA를 통해 이미 대부분 무관세로 수출되거나 기업들이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기계, 철강, 석유화학 등도 이미 체결된 FTA를 통해 미국, 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의 관세가 대체로 철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TPP 발효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활성화, 비관세장벽 완화, 신규 가입국 증가 등으로 역내 무역 등이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서비스·투자 시장 개방 수준도 한·미 FTA 등 이미 체결한 FTA와 대체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유통 서비스 시장, 멕시코 금융 시장 등이 개방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 조달 시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가입한 WTO 개정 정부조달협정(GPA) 수준으로 개방된 것으로 분석됐다.

◇ 규범 분야…국영기업·원산지 완전 누적제 등 도입 = 규범 분야도 전반적으로는 한·미 FTA와 비슷하지만 원산지 완전누적제, 국영기업 규범 등은 새롭게 도입됐다.

산업부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단일규범이 적용됐다"며 "규제 선진화, 비관세장벽 완화, 행정비용 감소 등을 통해 역내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교역과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간기업이 국영기업 및 지정독점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조항이 도입됐다.

이 부분은 국영기업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 다양성, 해양 오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이슈가 반영됐으며 강제 노동을 통한 상품수입을 지양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원산지 규정의 경우 12개 회원국에 단일 원산지 기준을 적용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행정 부담이 줄어들고 거래비용도 감소하게 된다.

또 원산지 완전누적 조항 덕분에 중장기적으로 역내 글로벌가치사슬 형성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누적은 TPP 12개국 간의 무역 때 역내에서 생산한 재료와 공정 모두를 누적해서 원산지로 판정할 때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원산지로 인정받으면 역내 무역 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출 기업으로서는 인정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디지털 제품에 대한 무관세, 국경 간 정보이동 허용 등의 의무를 담았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