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작년부터 중국 주재원을 모두 단신 부임으로 바꿨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죠. 포스코 상하이지사는 한여름에도 에어컨과 전등을 모두 끈 채 일할 정도로 긴축경영을 하고 있고요.”(정경록 산업통상자원부 상하이 상무관)

산업부 소속 38명의 해외 주재 상무관들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 모였다. 29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무관들은 이날부터 5일까지 세종과 서울에서 수출전략회의를 잇달아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사전에 취합한 상무관들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는 거의 동일했다. 무너져 내리는 수출 전선에 대한 걱정이 주류였다.
"수출전선, 전방위로 무너지고 있다"
“中 진출 기업 긴축 또 긴축”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정 상무관은 “중국의 스테인리스 연간 수요가 2000만t 정도 되는데, 작년 중국 철강업체들의 전체 생산량은 4000만t에 달해 절반이 재고로 쌓여 있다”며 “포스코 같은 기업도 긴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급 과잉으로 중국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해당 기업에 수출하는 한국 대기업이 돈을 떼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흥 수출 시장인 카자흐스탄에선 20% 안팎이던 한국 자동차 점유율이 작년에 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 차지하던 자리엔 러시아산 자동차가 밀고 들어왔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우진 아스타나(카자흐스탄 수도) 상무관은 “건설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한국에서 나온 40여개 하도급 건설사들도 하나둘 짐을 싸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수출 품목이 다양하지 못해 수출 감소의 타격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우혁 하노이 상무관은 “베트남은 수출품의 90% 이상이 휴대폰 부품이나 섬유 등 원자재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러시아도 자동차부품 TV 합성수지 건설장비 등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박용민 모스크바 상무관은 “작년 한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51% 감소해 중국 일본보다 타격이 더 컸다”며 “수출 품목이 그만큼 일부 품목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 시급”

상무관들이 제안한 수출 진흥 대책은 국가별로 다양했다. 정 상하이 상무관은 “한국 기업들이 완제품 대신 부품과 디자인을 수출하는 쪽으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며 “일본이 했던 것처럼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수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업의 성장세에 한국 기업이 함께 올라타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의 에이컴메이트 같은 회사는 알리바바의 플랫폼 진출을 도와주면서 작년 광군제(光棍節·11월11일)에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뉴델리 상무관은 “중국에 이어 세계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 일본은 이미 12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한국은 450여개에 불과하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적극 진출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정열 도쿄 상무관은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해외로 나갈 때 한국 차부품업체도 동반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은호 아부다비 상무관은 “중동은 석유발전에서 친환경플랜트로 수요가 변하고 있는데 유럽 기업과 공동으로 적극 수주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김재후/심성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