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시행착오 줄여라"…벤처끼리 성공 경험 나눈다
이동통신 장비업체 쏠리드는 지난달 미국의 리치홀딩스를 121억원에 인수했다. 리치홀딩스는 쏠리드의 이동통신중계시스템(DAS) 북미 지역 판권을 갖고 있는 회사다. 쏠리드는 6년 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서 리치홀딩스에 독점 판매권을 줬다. 현지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독점계약권을 갖고 있어 계약 파기 땐 서로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었다. 쏠리드는 리치홀딩스를 흡수합병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정준 쏠리드 사장은 “벤처기업이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게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지 파트너사 인력을 흡수해 이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정 사장처럼 해외 시장을 개척 중인 벤처기업인들이 매달 모여 해외 진출 사례를 공유하는 모임인 ‘글로벌 벤처포럼’이 주목받고 있다.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벤처기업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이 모임에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김철영 미래나노텍 사장, 이재원 슈프리마 사장,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 이상근 유비쿼스 사장 등 15명가량이 참여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나름의 성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 벤처 기업인들이다.

제품이나 공략하는 시장은 다르지만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각 영역에서 세계 선두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글로벌 벤처포럼’에선 해외 진출 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정보를 주로 교환한다. 각 기업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공유하거나 해외 시장 동반 진출 등도 논의한다.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해외 진출 때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한국의 벤처 기업인들도 참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관기관이나 단체의 글로벌 진출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기업들끼리 더 뭉쳐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