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유종목 대차주식 한달새 30% 증가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의 대차잔액(주식을 빌려주고 상환받지 못한 물량)이 한 달 새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조정장을 틈타 국민연금 보유주식의 상당수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 투자에 활용된 것이란 추정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292개 종목의 대차잔액 주식 수(2월1일 기준)는 6억7830만주로 작년 말(5억2008만주) 대비 30.42% 증가했다. 연말 배당을 노리고 종목을 들고 있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연초 이후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물량이 늘어나서다. 빌린 주식이 많다는 것은 공매도 물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보유주식도 상당수 공매도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솔홀딩스와 9% 지분을 들고 있는 한솔제지도 최근 한 달간 대차잔액률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한국항공우주의 대차잔액률도 4~6%포인트씩 늘었다. 이들 종목은 연초 들어 가파르게 하락했다가 지난달 하순 이후 급반등하는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조승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과장은 “오랫동안 짓눌렸던 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려서 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주가가 단기 급반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 등 신약개발 수출 호재로 주가가 급등한 바이오·제약주도 대차잔액이 크게 늘었다. 향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불거지면 공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장기 보유목적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국민연금이 단기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대차를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차주식의 상당수가 공매도로 흘러들어 주가하락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들이 상대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이 장기 가치평가에 따라 주식 보유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차에 참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해외에서도 연기금이 대차에 참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