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인 가구 맞춤 상품 봇물…소포장·고급화 승부

혼자 밥 먹는 ‘혼밥족’, 혼자 술 마시는 ‘혼술족’.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등장한 신조어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전체 가구의 15.6%였다. 1인 가구는 2010년 23.9%, 2015년 27.1%로 급증하다가 2021년 30%에 달할 전망이다.

유통 업계는 소량 구매, 접근성 중시, 간편식 및 생활 편의 서비스 선호 등의 소비성향을 보이는 1인 가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편의점이 선두…대형 마트·백화점도 가세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1인 가구 타깃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도시락으로 대표되는 간편식이다.

싱글족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상품 구성도 고급화하는 추세다. CU는 지난해 12월 ‘백종원 도시락’을 출시했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가 상품 기획, 레시피, 테이스팅 과정 등에 참여했다. 이 도시락은 출시 한 달 만에 216만 개 이상 팔렸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부터 명품쌀 품종 중 하나인 ‘삼광쌀’로 만든 도시락 등을 선보이고 있다. 위드미는 ‘얼큰부대찌개 도시락’, ‘사골떡만두국 도시락’ 등 국물 도시락을 내세우고 있다. 그 덕분에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65.8% 늘었다. GS25는 53.9%, 세븐일레븐은 90.2%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편의점 가정 간편식과 아이디어 상품 등도 싱글족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5월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4분 안에 계란찜을 즐길 수 있는 ‘간편 계란찜 세트’를 출시했다. 청과회사 돌(Dole)과 제휴해 만든 ‘냉동망고스틱’과 ‘파인애플스틱’ 등도 선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냉동 과일스틱은 지난해 약 300만 개가 팔려나갔다”고 설명했다.

CU는 지난해 업계 최초의 1리터들이 PB 생수 ‘미네랄워터’를 내놓았다. 500mL들이로는 부족하고 2리터는 과한 싱글족의 생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CU는 이 제품으로 작년 전체 생수 매출 중 PB 생수 매출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싱글족을 위한 편의점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CU는 올해 1월부터 ‘24시간 안심 택배 보관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고객이 택배 운전사에게 배송을 원하는 점포명을 알려주면 택배 운전사는 해당 매장 사물함에 상품을 보관한다. 고객은 편한 시간에 매장을 방문, 1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물건을 찾아가면 된다.

GS25는 ‘원 플러스 원’, ‘투 플러스 원’ 상품의 증정품을 보관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나만의 냉장고’를 운영 중이다. 앱 속 상품은 전국 GS25 매장에서 유효기간 안에 찾아 사용할 수 있고 지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원룸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등을 중심으로 세탁소가 딸린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점포 매출의 약 20%가 세탁소에서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상권 특성 등을 고려해 가맹점주와 상의 후 전문 세탁 업체를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리터 생수·감자 2개' 싱글족을 잡아라
간편식도 ‘품질’…1인 쌈밥 전문점도 등장

대형 마트는 이른바 ‘프리미엄 가정 간편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마트는 2013년 자체 식품 브랜드 ‘피코크’를 론칭했다. 피코크는 맛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셰프 출신 4명이 레시피를 연구한다. 이마트 본사 내 ‘테이스트 키친’에서는 바이어와 최고 경영층이 피코크 제품을 직접 조리하고 품평회를 갖는다. 회사 관계자는 “2013년 340억원 수준이던 피코크 가정 간편식 매출이 2014년 560억원, 2015년 830억원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밀 솔루션(Meal Solution) 브랜드 ‘요리하다’를 출시했다. 21종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가열만 하면 되는 기존 가정 간편식과는 다소 다른 반조리 상품의 개념이다. 첨부된 채소를 다듬어 곁들여야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요리의 재미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1월 프리미엄 가정 간편식 ‘싱글즈 프라이드’를 내놓았다. 100여 개의 품목 중에는 보존료·합성감미료 등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낸 제품도 있다.

‘소포장’ 제품도 인기다.

롯데슈퍼는 2013년부터 자체 PB 상품인 ‘한끼’를 선보이고 있다. 달걀 1개, 감자 2개, 양배추 8분의 1쪽 등 기존 포장 단위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채소는 물론 수산·과일 등 총 56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부터 요리별로 필요한 채소를 모아 소포장한 ‘간편 채소’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소포장 채소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와인의 4분의 1 용량인 심플리 와인, 필요한 만큼만 포장을 뜯어 사용할 수 있는 한우 멀티 팩, 소용량 컵 포장 과일 등도 인기”라고 말했다.

1인 가구 타깃 마케팅은 홈쇼핑·백화점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롯데홈쇼핑은 소형 가전, 가정 간편식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형 가전 중에서는 ‘해밀턴비치 브런치 메이커’가 특히 인기다. 집에서 간편하게 샌드위치·밥버거 등을 만들 수 있다. 6회 방송을 통한 주문 금액이 7억4000만원에 달하는 등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싱글족을 겨냥한 맛집을 선보이고 있다. 본점·잠실점 지하 1층에 입점한 미국식 데리야키 도시락집 ‘레스투고’가 대표적이다. 1개만 구매하는 고객 비율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싱글족이 주로 찾는다. 롯데백화점은 싱글족의 쇼핑 편의성을 높인 ‘픽업 락커’도 운영 중이다. 온라인 구매 상품을 세븐일레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최초 1인식 샤부샤부 쌈밥 정식 전문 브랜드 ‘공기’도 독특하다. 바 형태의 자리마다 1인용 인덕션이 자리해 있다. 육수가 담긴 작은 냄비와 혼자 먹기 적절한 양의 고기·채소·국수 등으로 구성한 ‘쇠고기 야채 샤부샤부’가 대표 메뉴다. 서울 및 수도권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업계 추산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만 올해 약 2조원에 달하는 등 1인 가구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싱글족의 소비성향을 겨냥한 ‘미니 상품’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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