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조정 고민 깊어질 듯

'유일호 경제팀'이 3일 가라앉은 경기를 띄우기 위한 보강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부터 한국 경제를 강타한 수출 부진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발표 등 대내외적 여건을 살펴볼 때 한은이 정부의 부양책을 지원하는 사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통화 당국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 "금리 결정은 통화 당국이 하는 것이고,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엄격히 분리돼야 하지만 거시환경에 대해서는 상황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유 부총리의 발언을 뜯어 보면 정부 주도의 경기 살리기에 한은이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 사격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녹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해 온 유 부총리가 "거시(경제)환경에 대해서는 (한은과) 상황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한은이 꺼낼 수 있는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은 기준금리 조정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1월까지 7개월째 연 1.5%로 동결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올해 1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나 급락했고 내수도 회복세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개최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한은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더 낮춤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할 개연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는 16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주목되지만, 한은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은 현재 통화정책이 성장세를 지속하는데 크게 부족하지 않다며 "저성장, 저물가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고 이는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달에는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대내외적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 미국의 금리 정책과 국내 소비지표 등을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경기 부진에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조정 외에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동원할 수도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고자 한은이 연 0.5∼1.0%의 저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한은은 작년 12월 의결한 '201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국내외 금융·경제상황, 중소기업 자금사정, 유동성 조절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적절히 조정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작년 4월부터 20조원으로 늘어난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올해 1월 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는 15조4천40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국회의 승인 없이 발권력을 동원해 특정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신중해야 하고 자칫 부실기업들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한은이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등 부당하게 집행된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