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현역 시절 세탁소에 들러 손님 수를 세어 본 뒤 체감경기를 진단하고, 금리정책 결정에 참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호텔 항공사 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도 그린스펀 못지않은 그들만의 경기 측정법이 있다. 경제 성장률이나 소비 같은 거시경제 지표 못지않게 그 바닥에서 통용되는 체감 지표에도 많이 의존한다. 경기에 후행하는 통계 숫자보다 먼저 호황과 불황 조짐을 느껴야 숙박요금과 항공요금을 선제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다.

호텔업 종사자들은 호텔 일식당의 조식(주로 도시락) 이용자 수로 내수 상황을 판단한다. 경제가 호전되면 조찬회가 늘어나 아침 식사로 애용되는 일식당 조식 매출이 자연스레 증가하기 때문이다. 경기 바로미터로 통하는 석식 이용자보다 조식 이용자가 경기에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디저트 뷔페 이용자 수도 단골 지표로 애용된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디저트를 먹기 위해 호텔을 찾는 사람이 늘면 호경기 징후로 받아들인다. 또 호텔에서 쓸 수 있는 마일리지 이용률이 오르는 것도 호텔업계에선 경기 회복 신호로 통한다. 세 가지 지표로 보면 올해 설 경기는 작년보다 호전되고 있다. 올해 서울 더플라자호텔의 일식당 조식 매출은 작년보다 40% 늘었다. 웨스틴조선호텔의 디저트 뷔페 매출과 마일리지 이용도 작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항공사들은 중국인 방문객(요우커) 수를 예의주시한다. 중국에서 출발한 한국행 비행기의 탑승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보고 경기 흐름을 파악한다. 작년 1월 79.2%였던 중국발 아시아나항공의 탑승률은 지난달 86.5%로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국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늘거나 줄고 있는지를 보면 앞으로 경기를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