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회사 '9일 휴무' 권장…기업체들 "경기 많이 안좋다"

올 설 연휴 전국 상당수 기업체는 지난해와 비슷한 5일가량 휴무한다.

상여금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체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휴무 일수는 늘린 반면, 상여금은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설 경기가 지난해보다 좋지 않아 일감이 부족하고 자금사정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일감도 없는데…" 일부 기업 휴무일 늘려

경기도 안산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를 보면 안산지역 기업체들은 설을 맞아 71.8%가 5일, 18.5%가 4일 휴무를 한다.

충북 최대 산업단지인 청주산업단지 내 86개 기업는 평균 4.5일을 쉰다.

강원지역 중소기업 47.3%도 5일 휴무한다.

대부분 지난해 설연휴 휴무 기간과 비슷하며, 충북과 대구 기업체들은 다소 짧아졌다.

그러나 전자기기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경우 휴무일을 지난해 설 보다 늘린 기업이 적지 않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직원 800여명 중 사무직 130여명은 9일간 휴무한다.

회사가 설연휴 이후인 11∼12일 '연차휴가'를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인근 다른 유화업체들도 비필수 인력을 대상으로 명절과 연차휴가를 붙여 장기 휴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한화토탈 역시 11∼12일을 공식 휴무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휴가를 내고 쉬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123개 주요 기업의 올 설 휴무 일수는 평균 4.8일로 전년 대비 0.2일 길어졌고, 경남지역 120개 기업의 평균 휴무 일수도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다.

경기도 양주시 홍죽산업단지 입주 업체도 대부분 5일 휴무를 하지만 공장 가동에 필수적이지 않은 사무직의 경우 연차휴가를 활용해 7일간 쉬도록 할 예정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설 상여금 지급 기업은 지난해보다 줄고, 연휴는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업체 관계자 사이에서는 설 휴무 기간을 늘리는 것이 경기불황에 따른 일감 부족과 자금난을 고려한 경비 절감 차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6일 이상을 쉬는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 내 한 업체 관계자는 "연차수당을 절감하기 위해 설연휴 휴무기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업체 관계자도 "체감 경기가 매우 나쁜 편"이라며 "주문량이 줄면서 일감이 없어 설 연휴 하루 이틀 더 쉬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대기업 근로자는 "회사가 연휴와 주말 사이에 휴가를 내라고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이번에 장기 휴가를 떠나려는 동료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곳곳 상여금 줄이거나 미지급

반면, 상당수 기업이 올 설 상여금을 줄여 지급했거나 지급할 계획이다.

해당 기업체들은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지역 제조업체 가운데 올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체는 57.8%에 불과했다.

지난해 지급 비율 66.4%보다 8.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상여금 지급액이 '기본급의 100% 이상'이라고 답한 업체도 지난해 34.7%에서 28.1%로 6.6%포인트 줄었다.

안산의 한 휴대전화 부품 생산 업체 관계자는 "IT부품 업체들이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상여금이라고도 할 수도 없는 10만∼20만원의 교통비 정도를 주는 업체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가 도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40.1% 기업이 올 설 상여금을 지난해보다 축소하거나 미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 청주산업단지내 기업들 역시 56.9%만이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역 상여금 지급 업체 비율은 지난해 75.0%에서 올해 71.2%로, 경남지역은 90.3%에서 74.2%로 낮아졌다.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부산지역 업체 18.6%가 "경기악화로 지급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해당 업체 15.6%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인천지역은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는 회사 비율은 지난해의 53.3%에서 올해 61.6%로 높아졌으나 근로자 1인당 평균 상여금은 오히려 74만원에서 55만원으로 줄었다.

대구지역 한 기업체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내수도 부진하다 보니 설을 맞아 근로자들에게 주는 상여금 수준을 예년보다 높일 수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상공업계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기업체 59.2%, 경남지역 기업체 59.2%가 올 설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경기도 안산지역 기업체 44.1%도 역시 작년보다 올 설 경기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은 "국내 경기침체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소기업의 설 자금 사정도 악화한 상태인데, 금융기관 이용 시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 관행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면서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전향적인 자금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진욱 김용민 김형우 노승혁 박영서 신민재 신정훈 이정훈 허광무 전지혜)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