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현금 창출능력과 단기부채 상환능력이 전 세계 주요 41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부채의 증가 속도도 경제 규모 성장 속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들이 대출로 연명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경기가 위축될 경우 기업 부실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위험이 높아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기업부채 리스크’ 보고서를 보면 국내 기업의 현금 창출능력을 보여주는 ‘매출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2014년 기준 7.1%로 주요 41개국(국내총생산 또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50위 이내 국가 중 재무데이터 입수가 가능한 기업이 100개 이상인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한국을 제외한 40개국 평균(12.3%)보다 5.2%포인트 낮았다. 영업이익률(5.2%)은 39위,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 비율’(EBITDA을 매출로 나눈 것)도 10.0%로 36위를 기록했다.

현금 창출능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상환능력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자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영업현금흐름보상비율’[(영업현금흐름+이자비용)/(이자비용+단기차입금)]은 0.5로 선진국 평균(1.5)은 물론 신흥국 평균인 0.8에도 못 미쳤다. 41개국 중 38위였다. 영업을 통해 발생한 현금으로 1년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비용의 절반만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기업의 현금창출능력과 단기부채상환능력이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은 ‘좀비기업’들이 대출로 연명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좀비기업의 차입금이 전체 기업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5%로 주요 41개국 중 6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진국 평균(8.3%)과 신흥국 평균(16.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기업부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분기 기준 국내 기업부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로 경상GDP 증가율(4.2%)보다 높았다. 좀비기업들이 저금리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이자비용/차입금)은 2010년 4.6%에서 2014년 3.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도 5.6%에서 5.0%로 낮아졌지만 국내 기업의 이자부담보다는 큰 수준이다. 금융비용부담률(이자비용/매출)의 경우에도 2011년~2014년 국내 평균은 1.3%였지만 글로벌 평균은 2.2%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평균적인 외형과 차입금 규모가 크다는 의미”라며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일부 기업의 부실만 현실화되더라도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기업부채의 신용위험이 커질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좀비기업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신용위험이 부각되고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