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찬성', 신동주 '반대' 의견 제출…최장 6개월 걸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사건의 첫 심리가 오는 3일 열린다.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원 심리는 끊임없이 논란이 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유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롯데그룹 소송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78) 씨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로 3일 오후 서울가정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심리에서 재판부는 성년후견 개시에 대한 당사자와 직계가족의 찬반 의견을 점검할 예정이다.

피신청인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녀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직접 출석하지 않고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부친의 성년후견 개시에 대해 찬성하는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개 지지를 받은 바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부친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이용해 본쟁을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은 성년후견 개시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만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결국 성년후견 개시에 있어 최대 관건은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의 상태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 노력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능한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하고 후견인을 정해 대리권을 행사하게 한 제도다.

따라서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의사의 감정을 거쳐 성년후견인 지정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신 총괄회장 본인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의사 등이 출장을 통해 직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민법은 법원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할 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어 재판부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신 총괄회장의 진술도 확인해야 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직계가족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하는 데 있어 의견을 개진하게 돼 있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의 상태가 제일 중요하며, 그가 성년후견을 받을 필요가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사건은 결론이 나기까지 통상 3∼4개월이 걸리지만 길어질 경우 최장 6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성년후견 심판 청구 신청은 총 2천180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처리된 1천708건 가운데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인용)는 1천123건, 기각은 61건이다.

법원행정처의 성년후견제도 해설서를 보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정신적 제약이 있어야 성년후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든지, 가족의 이름이나 거소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든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통상적인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을 혼자서 전혀 할 수 없는 경우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신동주·동빈 형제 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원이 성년후견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신 총괄회장은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인정받게 된다.

이럴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를 토대로 제기된 일련의 롯데 경영권 관련 소송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회장의 '대세 장악'도 흔들리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은 다시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후견인이 지정된다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설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공인되는 동시에 신 총괄회장의 법률 행위는 제한을 받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막판 뒤집기' 시도가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