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쇼크] 달갑지 않은 '불황형 경상흑자'…지난해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경상수지 흑자가 74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46개월째 흑자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지난해 전체 경상수지 흑자는 1059억6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전년 대비 215억9000만달러(25.6%) 늘어난 규모다. 2012년 508억4000만달러로 500억달러를 돌파한 뒤 3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상품수지(수출-수입) 흑자가 작년 1203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14억9000만달러(35.4%) 급증했다. 좋은 성적처럼 보이지만 수출을 따로 떼어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수출은 5489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640억9000만달러(10.5%) 감소했다. 석유제품 수출액(통관기준)이 전년보다 36.7% 급감한 영향이 컸다. 가전제품(-19.7%) 화학제품(-14.8%) 디스플레이패널(-13.9%) 철강(-12.8%) 등의 수출도 줄었다.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세계 수요가 예전만 못한 데다 유가도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수입은 4285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955억8000만달러(18.2%) 급감했다. 감소폭이 수출보다 7.7%포인트 컸다.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비스수지는 157억8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관련 통계를 낸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탓에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해외 건설 업황도 나빴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상품·서비스 거래 외의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전년 대비 1096억3000만달러 늘어났다.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순자산이 49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23억3000만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72억9000만달러 줄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