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달부터 수출이 주저앉았다. 1월 수출액은 367억4000만달러로, 월간 기준으로는 2010년 8월(364억8000만달러)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 특히 1월엔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13대 주력 수출품목 모두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수출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엔 중국에 이어 미국마저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시장 등을 공략하고 범부처 차원의 수출대책을 내놓겠지만 수출 회복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 쇼크] 휴대폰마저 뒷걸음…13개 주력품목 모두 수출 줄었다
◆석유·디스플레이 수출 반토막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1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휴대폰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간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14년 10월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더 크다. 불과 1년3개월 사이에 전체 월간 수출액은 517억5500만달러에서 367억4000만달러로 38.7% 쪼그라들었다. 개별 품목에선 원유를 가공한 석유제품 수출이 같은 기간 45억2000만달러에서 17억7000만달러로 60.8% 급감했다.

평판디스플레이도 39억4000만달러에서 18억3000만달러로 절반 이상(53.6%) 줄었다. 일반기계(14.7% 감소)를 제외하면 13대 수출 주력품목 가운데 12개 품목의 수출이 2014년 10월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업종·지역 불문하고 수출 감소

이 같은 수출 감소는 국제 유가 급락의 영향이 컸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2014년 10월 배럴당 86.8달러에 달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엔 26.9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 하락분이 수출 단가에 반영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이 이 기간 60.8%, 38.8%씩 급감한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작년에 중국 성장률이 ‘7% 시대’를 마감하고 6.9%로 떨어졌고 중남미 국가도 1% 미만 성장에 그치는 등 신흥국 경기가 침체된 것도 한국 수출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對)중국 수출은 최근 1년3개월 새 135억9000만달러에서 94억8000만달러로 줄었으며, 중남미 수출도 37억2000만달러에서 20억8000만달러로 반토막 가까이 감소했다. 30억8000만달러까지 늘었던 중동으로의 수출 역시 17억4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주저앉았다.

◆주력 품목 수출단가 하락까지

여기에다 글로벌 공급과잉 탓에 주력 품목의 수출 단가도 급격히 하락했다.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은 1년3개월 새 t당 979달러에서 727달러로 25.8% 단가가 떨어졌고, 컴퓨터용 D램(4기가바이트)의 가격도 3.59달러에서 1.89달러로 47.4% 낮아졌다. 액정표시장치(32인치) 가격도 이 기간 95달러에서 55달러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정부는 이달 말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여는 등 신시장 진출로 수출 부진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묶여 있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고선 구조적인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 감소는 대부분 대외변수가 많아 한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공급과잉 업종에 속하는 한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원샷법을 국회가 처리해주는 게 한국 수출 회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