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싱크탱크에 이헌재 전 부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국가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싱크탱크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샘은 싱크탱크 출범과 동시에 중국시장을 공략해 ‘매출 100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1조7122억원이다. 아직은 2조원 수준이지만 건축자재 분야에 진출하고 중국시장 공략 등으로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재단과 한샘의 사업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국가전략을 실현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한샘의 100조원 목표에 주목하고 있다.

◆싱크탱크 재단등록 완료

1일 한샘과 재계에 따르면 싱크탱크는 ‘여시재(與時齋)’라는 이름으로 최근 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여시재는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란 뜻이다.

재단 측은 “동북아 미래를 개척하고 한반도 번영과 통일에 기여하는 전략을 연구하고,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동북아 정세가 급속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국가에 기여할 경륜을 갖춘 사람들이 특정 법무법인에 가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싱크탱크를 설립해 국가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겠다고 했다. 조 명예회장이 작년 출연한 약 4400억원이 재원으로 활용된다.
[단독] 한샘, 싱크탱크 공식 출범…이헌재·안대희 등 거물급 대거 참여
재단 이사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가 맡기로 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04년 부총리에서 물러난 후 김앤장법률사무소, 한영회계법인 고문 등을 지냈다. 이사진에는 학계에선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재계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박병엽 팬택 창업자가 이름을 올렸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현종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도 이사회 멤버다.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조 명예회장도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조 명예회장은 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미국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중국의 강대국 부상 속에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정책대안과 동북아 국가 간 문화교류 방안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기업 육성해야 강국”

조 명예회장은 한 강연에서 “미국은 세계 최강기업 육성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전략을 실현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재단 출범과 동시에 한샘이 “100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본사 현관에 내건 것은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출 10조원 기업으로 가기 위해 한샘은 건축자재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100조원 기업으로 가는 것은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조 명예회장의 생각이다.

결국 중국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이날 한샘은 300억원을 출자, 현지 법인 ‘한샘가구유한공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샘은 가구부터 생활용품, 건자재, 공간모델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전부를 중국에서 팔 계획이다. 한샘은 중국법인의 자본금을 1억달러로 늘릴 예정이다.

100조원 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한샘은 재단으로부터 중국의 미래, 미국과 일본의 전략 등을 고려해 한국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조언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