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가 있다는 임상 자료도 있는데 너무합니다.”

'화장품 효과' 입증해도 광고서 밝히면 영업정지라니…
중소 화장품업체인 A사는 최근 선보인 임산부용 튼살 크림을 3개월 동안 팔지 못하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장품법 위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 신문에 실린 제품 소개기사의 ‘튼살 개선’이라는 표현이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사 관계자는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됐기 때문에 광고와 마찬가지라는 해석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화장품법 13조에서는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 단어나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은 모두 금지 대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법 조항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마케팅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A사처럼 자금력이 달린 중소 화장품 회사가 대형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내세워야 하지만 현행법은 이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화장품 광고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지 대상을 명확히 정하고 나머지는 풀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소비자가 오인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제한”이라며 “미국과 일본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설명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 미국은 화장품 광고를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는다. 자외선차단제만 화장품이 아닌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미국 화장품은 국내에서 금지하는 표현인 ‘개선(repair)’ ‘회복(recovery)’이란 단어를 제품명이나 광고에 써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과도한 규제는 편법을 낳고 있다. 상위 업체들이 일정 기간 판매 금지를 당할 것을 각오하고 금지 표현을 마케팅에서 쓰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식약처 제재에 따른 부담보다 홍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대통령 신년업무보고에서 충북 오송에 ‘화장품산업 규제 프리존’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프리존에는 기존 광고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당장 다른 지역 화장품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 자체를 손보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