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2명으로 압축…이르면 이번주 낙점 전망

500조원의 자금 운용을 책임질 '자본시장 대통령' 자리를 놓고 2명이 치열한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

1일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새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가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등 2명으로 압축됐다.

최근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중 1명은 건강에서, 다른 1명은 영어구사 능력에서 문제가 지적돼 이들 2명이 사실상 최종 후보자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들 2명 중 누구를 낙점할지 최종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강면욱 전 대표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의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1년 후배다.

이런 정치적 배경 때문에 차기 본부장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져야할 사람을 능력보다 지연이나 학연으로 뽑는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어 부담이 된다.

앞서도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내분을 일으켰던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정치권 유력인사의 지인이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강 전 대표는 ABN암로, 슈로더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했고 자산운용사 사장을 지냈다.

이에 맞서는 이동익 전 본부장은 경복고와 고려대 출신으로 정치권과의 인맥은 특별히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삼성생명 해외투자팀장과 스틱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 KIC에서 대체운용실장과 투자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의 경험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KIC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본격화할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서 공사화될 기금운용본부가 누구의 통제를 받을지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관계자는 "선임절차가 3개월이나 걸리고 있는 점으로 미뤄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며 "인맥은 강면욱 전 대표가 유리하지만 TK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두 훌륭한 분들이 지원했지만 지금처럼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는 작년 11월 3일 시작됐지만 석달 가까이 결정이 안나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후보자를 복지부 장관해 추천한 후 승인이 떨어지면 임명한다.

올해 공모에는 무려 18명이 지원했다.

이번에 선발되는 기금운용본부장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7번째 본부장이다.

본부장의 임기는 2년으로 1년 연임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을 추천해 낙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중 누가 선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