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 금리' 후폭풍] "엔화가치 내달 125엔 갈 것"…일본 기업엔 실적 돌파구, 한국 기업엔 악재
일본은행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엔화 가치가 오는 3월 말 달러당 12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실적 둔화 흐름에서 벗어나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엔화 약세로 일본 제품과의 경쟁력까지 약화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엔화 가치 한 달반 만에 최저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지난 29일(현지시간) 1.89% 하락한 121.05엔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달러당 121.7엔까지 떨어지며 최근 한 달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라 도쿄외환시장에서의 엔화 ‘팔자’ 분위기가 뉴욕시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의 일부에 -0.1%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라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보도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해 일본 내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 돈을 넣기 위해 엔화를 팔고 나가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외환투자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당분간 적극적으로 엔화를 사긴 어려울 것”이라며 3월 말까지 117~125엔 사이 흐름을 전망했다. 지난주 일본은행 결정에 따라 주요 투자은행의 엔화 가치 전망치(3개월 후 123엔) 하향 조정도 잇따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엔저(低)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순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 추가 양적 완화를 시사했고 캐나다도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은행은 지난 30일 하루짜리 은행 간 콜머니 금리를 0.23%에서 0.20%로 낮추면서 금융완화에 동참했다.

◆日 기업 실적 개선 요인

닛케이225지수 역시 당분간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월 한때 닛케이225지수가 전달보다 15% 이상 하락했던 원인 중 하나인 엔화 강세 흐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9일까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3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438개사를 조사한 결과 3분기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던 전분기(7~9월)에 비해 크게 나빠진 수치다. 작년 10월 이후 엔화 약세 흐름이 주춤하면서 엔저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망대로 추가로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실적이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주요 기업의 경영계획상 엔화 가치는 달러당 평균 118.7엔으로, 이 아래로 떨어지면 기업들의 이익 증가 요인이 된다. 도요타자동차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400억엔가량 늘어나는 구조다.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일본 시장 매출 비중이 큰 한국 수출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전해진 지난 29일 원·엔 재정환율은 2011년 11월4일 이후 가장 큰 폭(24원11전)으로 떨어지며, 100엔당 994원69전에 거래됐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