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CEO 대결'서도 조성진 LG 사장이 윤부근 삼성 사장에 판정승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난 2010년 154조6천300억원에서 지난해 200조6천500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매출은 55조7천500억원에서 56조5천100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했다.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두 전자회사의 격차는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와 반도체 사업이라는 든든한 축을 바탕삼아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LG전자는 스마트폰 대응 실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전자회사의 본업인 가전제품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전은 역시 LG'라는 말이 있듯이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만큼은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외형이나 수익성 모두에서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LG전자의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와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의 매출액 합계는 33조9천302억원, 영업이익은 1조388억원이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3.1%로 분석됐다.

LG전자의 HE사업본부는 TV와 오디오 등 영상·음향제품을 담당한다.

H&A사업본부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중심이다.

HE와 H&A를 합하면 흔히들 혼수용품으로 장만하는 모든 가전제품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에서 가전을 담당하는 곳은 CE(소비자가전) 부문이다.

TV 등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와 생활가전사업부, 프린팅사업부, 의료기기 사업부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삼성전자 CE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46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1조2천500억원이었다.

매출은 LG전자 보다 컸지만 영업이익률은 2.7%에 그쳤다.

삼성전자 CE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에만 해도 3.3%로 LG전자(3.0%)에 앞섰다.

그러나 2014년 삼성전자가 2.4%로 떨어진 반면 LG전자는 3.1%로 오르면서 역전된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LG전자가 더 높았다.

순수 생활가전만 놓고 보면 LG전자가 더욱 돋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H&A사업본부, 즉 생활가전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영업이익률 5.9%를 달성했다.

매출 역시 16조5천300억원으로 삼성전자 CE부문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프린팅사업부, 의료기기 사업부를 제외한 순수 생활가전 부문의 14조∼15조원(추정치) 보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회사가 모태인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양사의 가전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CE부문장)과 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이 각사를 대표하는 스타 CEO라는 점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윤 사장과 조 사장은 그동안 상대를 넘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망을 수차례 밝혀왔다.

윤 사장은 2012년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쇼 'IFA 2012'에서 "2015년 말까지 세계 가전시장 1위와 더불어 10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의 신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조 사장 역시 이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3'에서 "2015년 가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는 윤 사장의 공언대로 TV 시장에서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1위를 달성했지만 가전에서는 1위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5대 주요 생활가전 제품(냉장고·세탁기·건조기·오븐·식기세척기)을 합산한 '메이저 620' 지표에서 14.9%의 점유율로 월풀(16.4%)에 뒤져 2위에 그쳤다.

세탁기,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세부품목별로도 1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럽 시장에서는 밀레 등 프리미엄 업체에 밀려 아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브랜드별 매출액 기준 세탁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지만 역시 '가전 세계 1위'라는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3년여가 지난 지금 결국 실적만 놓고 비교했을 때 LG전자의 조 사장이 삼성전자 윤 사장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전체적인 외형과 수익성에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지만 가전분야에서 만큼은 LG전자가 삼성전자 이상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2013∼2015년 삼성·LG전자 가전사업 비교
(단위 : 억원)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