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세계 성장 둔화와 미국인들의 소비 위축 등 여파로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여파로 미국 주가가 출렁였던 민감한 시기에 나온 이번 발표로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마켓워치는 29일 “미국 경제가 늪에 빠졌다”며 미국 경기 회복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분기 대비 큰 폭 하락

소비·수출 동반 부진…미국 경제, 자신감 '뚝'
미국 상무부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연율 0.7%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장의 전망치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치다. 마켓워치는 0.7%를, 블룸버그통신은 0.8%를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3분기의 2%, 2분기의 3.9%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유럽 경제 위축,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GDP 하락은 주로 소비지출 감소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4분기 소비지출은 2.2%로 전분기의 3%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기여분이 작년 3분기 2.04%에서 1.46%로 낮아졌다. 총 민간투자(-0.41%), 민간 재고투자(-0.45%), 순수출(-0.47%) 등 다른 분야의 부진은 작년 4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를 끌어내리는 원인이었다. 저유가도 에너지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 부문도 전분기 대비 2.5% 하락했다. 최근 강 달러와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매출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다만 부동산 건설 시장도 4분기 8.1% 증가해 여전히 견조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미국 경제성장률은 2.4%로 2014년과 동일하게 집계됐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비관론, 낙관론 혼재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에 넓게 확산돼 있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지난해 12월분 내구재 주문도 한 달 전보다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들이 필요한 기계·장치·공장건물 등에 대한 구입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어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공장활동이 두 달 연속 줄어드는 등 미국의 산업지표는 이미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경제활동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급격한 경기하락 국면에 접어들 경우 Fed도 4차 양적 완화와 함께 마이너스 금리를 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비관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경제의 건강을 판단할 통계적 근거는 일자리”라며 “미국의 실업률이 치솟지 않는 한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든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분기의 채용 규모는 월평균 28만4000개로 1~3분기에 비해 호조세를 보였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