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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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과 함께 전국 유통지도를 3등분하고 있다. 신세계는 ‘빅3’ 중에서도 ‘유통을 가장 잘 알고 선도하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백화점은 10개로 규모에서는 ‘빅3’ 중 가장 작다. 하지만 10곳 대부분이 ‘지역 대표 백화점’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전국 백화점 매출 상위 10위 점포에 신세계가 네 곳을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보여주기식 외형 확장에 매달리기보다 이른바 ‘지역 1번점 전략’을 가동해 온 결과다. ‘고급화 대형화 복합화’로 새로운 쇼핑 문화와 소비자 가치를 창출해 온 신세계는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유통 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도전

서울 충무로1가 한국은행 사거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1930년 일본 미스코시백화점 경성점으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이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1955년 동화백화점으로 문패를 바꾼 뒤, 1963년 삼성에 인수되며 신세계백화점 역사가 시작됐다.

신세계는 한국 유통사의 주요 장면에 최초, 최고, 최대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겐세일, 우편광고(DM) 마케팅, 신용카드 도입, 자체브랜드(PB)상품 개발, 해외 매장 개관, 유통연구소 개설, 남성 전문관 등 신세계가 최초로 선보인 선진유통은 수없이 많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유통세상을 꿈꾸며 쉼없는 도전으로 선구자적 역할을 해 온 셈이다. 누구를 따라하기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장서 걸으며 86년 동안 ‘최초’와 ‘최고’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무수한 국내 ‘최초, 최고, 최대’ 기록

신세계라는 간판을 단 첫 해인 1963년부터 본격적인 기록행진이 시작됐다. 그해 11월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기획행사를 열었다. 옷감이나 옷을 손으로 누빈 ‘손누비 기획전’이었다. 큰 반향이 일었고, 같은 해 일본 오사카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려 받은 주문이 50만장에 달했다.

1964년 국내 최초로 우편광고물(DM)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듬해는 업계 첫 PB인 ‘입체 와이셔츠’를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바겐세일’을 개최한 것이 1967년의 일이다. 바겐세일이라는 용어가 생소한 탓에 ‘철 지난 재고상품을 반값에 판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여대생 아르바이트를 채용도 신세계가 처음 시도했다. 1968년 당시는 백화점 판매직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에서 450여명의 많은 여대생이 응모했다. 유통업의 이미지는 한 단계 높아졌다. 그 이듬해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도입했다. 1974년엔 한국 백화점 중 처음으로 해외 의류브랜드를 판매했다.

“쇼핑은 문화다”… 소비생활에 가치 부여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고, 해외로 처음 진출한 주인공도 신세계다. 1974년의 일이다. 5년 뒤 국내 최초 유통산업연구소를 개설했고, 1984년에는 영등포점을 열어 ‘다점포 백화점시대’를 열었다.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뒤 성장속도가 더 빨라졌다. 광주점(1995년), 인천점(1997년) 마산점, 서울 강남점(이상 2000년)을 차례로 오픈했다. 여성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백화점(강남점)에 처음으로 남성전문관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게 2011년이다.

품격있는 쇼핑문화 정착을 위한 시도도 주목받는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전국 신세계문화홀에서는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등의 공연이 한해 500여 차례 열린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첼리스트 정명화,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 씨 등 한국 대표 클래식 스타들을 포함, 1000여명이 신세계 문화홀에서 대중과 호흡했다. 피아니스트 유키구라모토와 조지윈스턴, 리차드 용재오닐, 스티브 바라캇 등 해외 유명예술가들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최대 규모’ 강남점, 센텀시티점 개관 임박

전매 특허와도 같은 ‘최고’와 ‘최대’의 역사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6개의 대형 신규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올해 늘어나는 매장면적이 27만2000㎡로 축구장 38개 크기다.

우선 강남점을 국내 최대 백화점으로 증축하는 프로젝트가 다음달 시작된다. 5개층(1만7521㎡)을 늘려 영업면적을 8만7934㎡로 확대하는 공사다. 8월까지 리뉴얼이 마무리되면 롯데백화점 소공점보다 매장면적이 커진다. 강남점을 연 매출 2조원의 국내 최고 백화점으로 키운다는 게 신세계의 구상이다. 3월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이 될 부산 센텀시티점 B관을 오픈한다. 이어 김해점(6월) 하남점(9월) 대구점(12월)이 잇따라 개관, 점포 수가 13개로 늘어난다.

면세점과 복합쇼핑몰이 미래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5월이면 서울 명동 본점에 시내면세점을 연다. 교외쇼핑몰 중 최대 규모인 하남 유니온스퀘어도 8월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에 없던 유통’을 찾아 진군중이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대형 프로젝트를 연착륙시켜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수익구조를 혁신하겠다”며 “올해는 변화하고 도전하는 ‘새로운 신세계’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