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을 이란에 수출한다.

포스코, 이란에 제철소 짓는다…파이넥스 공법 내년 상반기 착공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란 철강사 PKP가 설립하는 16억달러(약 1조9283억원)짜리 제철소에 파이넥스 공법을 이전하고, 자본금의 8%를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 및 한국 정부와 포스코가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며 “오는 3월에 지분 구조와 투자 규모 등을 포함한 합의각서(MOA)를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 수출은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린 이후 한국 기업이 확보한 첫 번째 이란 진출 사업이다.

이란 PKP제철소는 연산 160만t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 1기와 최첨단 일체형 강판 제조 공정(CEM)을 연결한 일관제철소다.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18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적용하는 파이넥스 공법은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했다. 포스코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이란에 이 공법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파이넥스 공법 수출을 시작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이란 경제 협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10년 만에 ‘한국-이란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를 2월29일 이란에서 개최한다.

정부는 130여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파견해 수주 상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무역진흥, 인프라 건설, 항만 개발 협력 등 총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테헤란의과대 종합병원 건립 등 이란 의료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총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금융기본협정 체결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활짝 열린 이란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 시금석이 될 사업이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 수출이다. 제철소 건설사업의 1단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19년에는 연간 냉연강판 60만t을 생산하는 2단계 사업이 추진된다. 포스코는 이 법인에 파이넥스 기술을 전수하고 매출의 일정 수준을 기술 사용료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기술을 수출하는 셈이다.

이란 정부는 경제 제재가 풀리기 앞서 지난해 초 포스코에 파이넥스 공법에 대해 먼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하고, 포스코건설은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항만 도로 철도 건설 등 각종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다.

포스코가 해외에 파이넥스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지난해 중국 충칭강철, 인도 메스코스틸과 합의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인도에는 포스코가 한국에서 쓰던 파이넥스 1공장 유휴 설비 이전을 추진하는 반면 이번 계약은 파이넥스 공장 건설 초기부터 직접 참여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파이넥스 공법의 수출이 본궤도에 이르면서 제조업 부흥을 꿈꾸는 신흥국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며 “그중 이란이 가장 적극적으로 파이넥스 설비 도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제철소가 지어지는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통한다. 인도 정부가 지난해 4월 차바하르항 개발을 위해 8500만달러(약 917억원)의 투자 의사를 밝힌 것도 중앙아시아 시장을 노렸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철강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꼽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란은 에너지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할 만큼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최근 저유가 기조 등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이 같은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파이넥스 공법 전격 수입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보라/김재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