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 해소하려는 정상기업에 제한적 적용
절차 간소화·규제 유예…"내수 산업 경쟁력 강해질 것"


진통 끝에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일명 '원샷법'으로 불린다.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나 규제를 묶어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선제적, 자율적, 정상기업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기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나 통합도산법은 사후적·타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며 부실기업이나 워크아웃기업이 대상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산업계와 여권은 "선제적 사업재편이 절실한데 현행 법제도는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와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는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며 원샷법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 법이 재벌가의 상속 등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은 제외해야 한다며 반대해왔다.

여야는 이번에 이 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법 적용 대상에 대기업 등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과잉공급 해소하려는 기업에 적용 = 원샷법은 신용등급이 A등급이나 B등급인 정상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하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5년 한시적으로 특례를 주는 게 주요 골자다.

부실이 발생한 이후 이뤄지는 사후 구조조정에는 공적 자금 투입, 실업 발생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 법은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기술변화나 소비자 선호 변화 등으로 수요가 급감하거나 국제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잃어가는 경우 등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처럼 과잉공급 해소가 아니라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권 승계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계획은 승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업재편계획 지원 기간은 3년 이내이며 필요할 때 2년 연장할 수 있다.

기업이 사업재편계획을 제출하면 민관합동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무부처가 승인하게 된다.

◇ 규제는 풀고 지원은 늘리고 = ▲ 상법상 절차 간소화 ▲ 공정거래법상 규제 유예기간 연장 ▲ 자금지원 및 금융지원 ▲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 ▲ 세제 지원 등이 주 내용이다.

절차 간소화의 경우 소규모 합병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채권자의 이의 제출 기간도 30일에서 10일로 줄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의 유예 기간인 1~2년을 사업재편 기간에 맞춰 3년으로 연장해 준다.

산업은행의 특별시설자금 1조5천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촉진자금 990억원 등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에만 자금 및 금융을 지원해줄 방침이다.

또 해당 기업에는 실업예방 및 근로자의 능력개발 노력 의무가 부과된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해 직장을 옮기려는 근로자에게 창업·재취업 교육, 전직지원금, 직업능력계발 등을 지원하게 된다.

세제 지원은 직접적인 과세 감면보다 세금 납부 시점을 미뤄주는 과세이연 위주로 구성된다.

중복자산·주식매도 양도차익 과세이연, 채무면제액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연 등의 내용을 담았다.

◇ "내수산업 경쟁력 강해질 것" =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면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제조업의 체질 개선은 물론 건설업·유통업·금융업 등 내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간의 합병이나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부 인수 등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중견기업이 대형화·전문화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추진된 사업재편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2.6%에 달한다.

또 포항·광양의 철강, 여수·울산의 석유화학 등 지역 산업의 체질이 강해져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방 소재 기업의 80%가 이 법의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

◇ 대기업 악용 방지책은 = 정부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이 법이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나 지배 구조 강화에 악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 적용 ▲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통해 특혜시비 최소화 및 공정성 확보 ▲ 사업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강화 등인 경우 승인 거부 ▲ 승인 이후 경영권 승계 등이 드러날 경우 사후 승인취소 및 과태료 중과 등 4중 방지 장치를 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조선, 철강 등 대기업으로 구성된 주력 산업의 재편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대기업의 사업재편이 지연돼 부실화할 경우 국민 경제 전체에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법의 적용 범위에 대기업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