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평균채무 1억460만원…"금리상승시 취약"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지난해 가파르게 늘어 350만명을 넘어섰다.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중간 신용등급을 받은 사람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현재 다중채무자는 353만명으로 전체 채무자의 19.7%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의 빚은 전체 가계 채무(1천235조원)의 30%이고 1인당 평균 채무액은 1억46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각 금융기관에 흩어진 채무 정보를 종합한 통계다.

2012년 말 331만명을 기록한 다중채무자는 2013년에 국민행복기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 등의 영향으로 326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4년 말 336만명으로 다시 늘더니 2015년 11월에는 353만명으로 파악됐다.

다중채무자는 2014년에는 월평균 8천300명 정도 늘었고 작년에는 11월까지 모두 17만명이 늘면서 월평균 증가 폭이 1만5천명으로 훨씬 커진 것이다.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데다 2014년 8월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 완화로 가계 부채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간 신용등급 중 다중채무자가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자료로 100만명의 '가계 대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결과, 중간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4∼6등급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율은 작년 9월 말 현재 28.1%로 2014년 말(26.6%)보다 1.5% 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말 22.6%와 비교하면 3년 사이 5.5% 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고신용자(1∼3등급)나 저신용자(7∼10등급) 보다 큰 상승 폭이다.

고신용자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4년 말 7.2%에서 작년 9월 말 7.4%로 0.2% 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저신용의 경우 다중채무자 비율이 같은 기간 37.9%에서 38.8%로 0.8% 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말 38.2%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추가로 대출받을 여력이 부족한 저신용자보다 중신용자 계층에서 다중채무자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제세 의원은 "중간계층이 무너지는 것은 가계 부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며 "중간등급 신용자들은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를 버티는 역할을 해왔는데 양극화 현상이 더 고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중채무자는 기존 빚을 갚으려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를 많이 해 가계 부채의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1일 '부채보유 가구의 재무건전성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오르면 고령층 차주와 다중채무자의 채무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며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