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CEO라운지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현대카드 직원이 상권분석 표를 보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 CEO라운지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현대카드 직원이 상권분석 표를 보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가 가맹점 로열티를 전혀 받지 않는 샌드위치 가게를 내기로 했다. 퇴직자들이 무작정 요식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보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외식업 전문가로 알려진 노희영 YG푸즈 대표(전 CJ 고문)가 손잡고 추진하는 ‘자영업자 살리기 프로젝트’다.

현대카드 측은 “최고 품질의 빵을 본사가 직접 생산에 가맹점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현대카드 자체 마진은 전혀 없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현대카드·캐피탈이 자체 퇴직 직원을 위해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CEO플랜을 확대한 것이다. 가맹점 모집은 퇴사 후 창업하려는 현대카드 직원을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고, 영세 상공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기존에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를 우대하거나 현대카드·캐피탈 저신용자 고객 중 일부를 선정해 가게를 맡기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점포에서 나온 수익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고, 저신용자를 구제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카드가 샌드위치 사업 전반을 챙기고, 노 대표는 컨설팅을 담당한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42층에 현대카드 퇴직자를 위한 창업 지원 공간인 CEO라운지를 마련한 정 부회장에게 같은 빌딩 50층에 더스카이팜을 연 노 대표가 제안하면서 ‘자영업자를 위한 새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는 이번 프로젝트 성공이 빵 맛에 달려 있다고 보고 빵 개발 및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맹점에 고급 식재료를 포함해 마케팅, 브랜드전략, 컨설팅 등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것은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분석 능력을 동원해 사업성이 큰 지역에 점포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카드 디자인 및 마케팅팀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노 대표의 외식업 노하우도 결합한다는 방침”이라며 “가게당 월평균 5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보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샌드위치 가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현대카드·캐피탈이 운영 중인 직원 대상의 CEO플랜과 외부 소상공인 대상의 드림실현 프로젝트가 진작부터 회사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아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할 초기 비용과 사업 아이템 선정을 위한 노력을 줄일 수 있어서다. 현대카드가 지원하는 대상자도 대폭 늘릴 수 있다.

현대카드 CEO플랜을 통해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이알리노, 퓨전 한식 전문점 모던한, 광둥식 중식 전문점 포담 등 4개 점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드림실현 프로젝트는 과일가게, 분식점, 미용실, 동네 슈퍼 등의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상품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10개 가게가 도움을 받았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