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신임 중소기업청장(사진)이 22일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대학이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정부 주도 R&D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수출강소기업이 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여러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중소기업 R&D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기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의 발언은 중기청이 정부 R&D정책 수립 전담 기관이 아니라는 데 분명 한계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부처와 다수의 출연연구기관 등으로 권한 기능이 분산돼있어서다. 이에 대해 주 청장은 “R&D 생태계는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정부 등 여러 주체들로 구성돼 있다”며 “산·학·연 그리고 관을 두루 거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주체들을 아우를수 있다”고 말했다.

주 청장은 30여년 간 대우전자와 GE(제너럴일레트릭스) 등에서 일한 기업인 출신 최초의 중기청장이다. 취임 전 6년 간은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을 통해 R&D 정책 수립에 참여 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대 공대 교수로 교내 산학협력주친위원장을 지냈다.공학컨설팅센터을 세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마케팅 컨설팅 사업도 벌였다. 그는 “서울대 석박사 인력 3300여명을 중소기업 R&D 지원과 연계했다”며 “대학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모두 강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청장이 추구하는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의 국가 모델은 독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오스트리아의 모습을 닮아야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으로 시작한 독일 액정디스플레이 제조업체 머크는 매출이 3조원 이상으로 성장했지만 설립된 지 300년이 넘는 회사“라며 “당장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그런 회사의 모습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업력 100년 내외의 오스트리아 강소기업들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나라 중소 자동차부품회사들이 만든 제품은 대부분 독일 완성차업체로 수출된다. 수도 빈에 있는 수출강소기업만 1만 6000여 개다.

주 청장은 “많은 예산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과 실제 시장이 원하는 기술과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며 “출연연구기관과도 협의해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