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그게 정상적인 것" vs 노조 "노동개악에 전면투쟁"

정부가 22일 전격 발표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행정지침을 놓고 금융권 노사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노조 측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고, 사측은 성과중심의 유연한 노동시장이 열려 금융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금융노조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후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양대지침을 발표했다"며 "이 지침이 기업 현장에서 시행되면 노사간 갈등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를 살리자면서 오히려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경제를 살리려면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넓혀야 하는데, 정부의 지침은 좋은 일자리도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매년 희망퇴직이 정례화되고 임금피크제를 대부분 도입하고 있어서 이번 양대지침에 따른 '충격파'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는 "금융권은 선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충격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덜하겠지만, 일자리 질이 떨어질 건 명약관화"라며 "향후 근로조건 전반에 걸쳐 사용자의 통제력만 강화될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으로 점철된 정부의 양대지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이번 지침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노동자가 아닌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행정지침을 정부가 만들어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안내하는 정부의 행태는 스스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정독재를 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지침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권 사측에서는 정부의 양대지침에 대해 환영을 표시했다.

이번 정부의 양대지침 발표로 금융권에 도입하려던 연봉제를 비롯한 성과주의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정부가 발표한 양대지침대로 기업문화가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다.

그게 정상적인 것"이라며 "노조도 무조건 안된다고 반대만 하지 말고 사측과 머리를 맞대고 조직을 살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과주의 방향으로 가야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대지침이 발표됐다고 당장 은행권에 큰 변화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직무평가 등에 있어 직원들의 성과를 정확히 반영하는 문화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다른 부행장급 인사는 성과연봉제와 관련, "외국계 투자은행처럼 성과평가에 대한 뚜렷한 인사관리 기법이 마련되지 않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한 부서의 책임을 져야 하는 부·팀장급 이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앞으로 조금씩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행권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가 정착된 상황"이라며 "다만 그에 앞서 저성과자에 대한 지속적인 업무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