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21일(현지시간) 주요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오는 3월 통화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3월 초 다음 회의 때 재검토를 통해 통화정책 태도를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CB의 차기 회의는 3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드 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확대 정책을 발표한 작년 12월(12월 3일) 즈음의 시기를 언급하면서 "그 이후 환경이 변했다"고 지적하고 "새해가 시작되고서 신흥국 경제성장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하방 리스크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작년 12월 내놓은 수준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면서 저유가 영향이 끼치는 위험을 면밀하게 모니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실행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전면적으로 가동할 태세가 돼 있다고 항상 반복하는 언술도 재차 덧붙였다.

그는 다만, 유로존은 최근 글로벌 경제쇼크를 견디어 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 문가들은 지난 12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양적완화 확대 정책을 발표한 드라기 총재의 이날 발언은 당시보다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고 저유가 때문에 물가상승률도 예상보다 낮아지는 데 따라 통화팽창 정책을 보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드라기 총재는 난민 위기에 대해서는 "유럽사회의 얼굴을 바꾸는 예외적인 전개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난민위기는 유럽의 미래 성장으로 전환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CB는 이날 현행 0.05%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한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역시 각각 0.30%, -0.30%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ECB가 이번 회의에서, 직전 회의 때 예고한대로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하되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통해 필요 시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ECB가 '2%에 육박하는' 유로존 중기 인플레율 목표치 달성이 크게 부진할 경우, 오는 3월이나 늦어도 6월에 추가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ECB는 작년 12월 3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예금금리를 -0.20%에서 -0.30%로 0.10%포인트 내리고, 전면적 양적완화 시행시한을 적어도 오는 2017년 3월로까지 늘린 바 있다.

ECB는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던 월간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고, 예금금리 인하 폭도 낮게 결정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통화팽창을 원한 시장세력들은 실망감을 표출했었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