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불안 '후폭풍'] 해외 투자심리 급랭에 은행들 '전전긍긍'
만기 채권 상환 등을 위한 해외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시중은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21일 새벽 아시아·유럽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려다 투자심리 위축 때문에 발행 규모를 3억달러로 줄인 것으로 알려지자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해외채권은 29억62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다. 올해 만기를 맞는 전체 물량(59억5110만달러)의 절반가량이 1분기에 몰려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용도가 같고 사업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국내 은행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면 투자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상대적으로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및 홍콩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기준)은 73bp(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올 들어 약 33% 올랐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인 CDS에 붙는 가산금리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국내 은행의 채권발행 비용도 덩달아 커진다.

우리은행이 지난 13일 차환 목적으로 5년6개월 만기의 5억달러어치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일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폭락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KEB하나은행은 예정된 발행 물량을 줄였을 뿐 아니라 우리은행보다 발행 비용도 높아졌다.

KEB하나은행의 이번 5년 만기 3억달러어치 해외채 발행 금리는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112.5bp를 더한 수준이다. 앞서 발행한 우리은행은 5년6개월로 만기가 길지만 KEB하나은행과 발행금리가 동일했다. KEB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글로벌 신용등급이 A1(무디스 기준)으로 같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투자자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조달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으면 차환이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해외 자금 조달에서 높은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