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성장 시대에 도입된 노동 관련 제도와 틀을 중·저성장기에 맞게 개편해야 합니다. 빙하기가 오는 데 여름에 입는 얇은 옷을 걸치고 있으면 얼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절벽에 선 한국 경제와 고용시장, 돌파구는 없는가’란 토론회에서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시켜야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지 못 하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지금도 외환위기 직전처럼 위안화 약세, 수출 급감, 한계기업 증가가 진행 중”이라며 “노동개혁이 답보상태인 현재 상황은 1996년 겨울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의 직격탄은 노동시장이 맞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국내 노동법 제도와 관행이 고도성장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맞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통상임금 범위를 명료화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파견규제 완화와 파견·도급 기준을 명확화하기 위한 파견법 개정, 기간제 사용규제 완화를 위한 기간제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선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파견 대상 업무를 업종 관계 없이 예외만 제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