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오르고 공장 이전 어려워 사면초가
충칭 공장서 생산성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 실험

중국에서는 스마트 팩토리를 '지능공장'(智能工廠)이라고 부른다.

지혜로운 공장이란 뜻이다.

한 때 열악한 근로 조건으로 악명 높았던 대만 홍하이(鴻海) 그룹의 중국 폭스콘(Foxconn) 공장이 최근 SK주식회사 C&C와 스마트 팩토리를 시범 도입하면서 지혜롭게 변하고 있다.

SK가 진출한 곳은 중국 서남부 대도시 충칭에 있는 세계 1위의 프린터 생산기지다.

전체 24개 라인 중 하나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올해 상반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얻는 게 단기 목표다.

◇ 생산 효율 개선하는 4가지 기술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과제는 제조업의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일이다.

근로 조건을 개선하되 인력을 줄인다.

대개 오랫동안 운영한 공정을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SK가 충칭 공장에 이식하려는 기술은 크게 4가지다.

생산 라인을 미리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시뮬레이션, 사물인터넷으로 설비를 서로 연결하는 플랫폼, 센서로 얻은 정보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사고나 불량을 예측하는 스마트 제어 등이다.

자재 운반이나 제품 포장을 자동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적화된 생산 라인에선 재료와 완제품의 재고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불량이 발생할 조짐을 시스템 스스로 포착해 작업자에게 알림으로써 그 원인을 미리 제거할 수도 있다.

특히 SK는 프린터 공정에 '셀'(Cell) 방식을 도입한다.

한 사람이 일렬로 서서 한 가지 일만 하는 직렬식 작업에서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일을 하도록 하는 병렬식 작업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나의 프린터 생산 라인에는 최다 300명의 근로자가 투입되는데, 여기에 셀 방식을 적용하면 업무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한눈에 구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 사면초가 빠진 폭스콘의 묘안
기존 생산 라인을 혁신하는 것은 최신식 공장을 신설하는 것보다 골치 아픈 일이다.

안정적으로 굴러가던 공정을 뜯어고쳐서 오히려 전보다 나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폭스콘이 SK와 손잡고 공장을 혁신하려는 것은 중국 제조업이 가진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폭스콘 근로자들의 인건비는 앞으로 5년 동안 2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정부는 대규모 공장의 국외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폭스콘으로선 사면초가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가 성공하면 인건비 상승분을 생산성 향상으로 만회할 수 있다.

충칭 공장은 근로자 1명이 1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프린터는 1.3대에서 1.9대로 늘어난다.

더구나 스마트 팩토리는 2025년까지 제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제조업 2025' 기조와 들어맞는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SK는 이런 흐름을 타고 34개 지역의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벌일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숨기지 않는다.

◇ 폭스콘 미래 달린 스마트 팩토리
1974년 대만에서 설립돼 1988년 중국에 진출한 폭스콘은 세계 최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다.

애플 아이폰을 초창기 모델부터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 전기전자 제품을 하청받는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나 테슬라의 전기차도 만든다.

폭스콘은 대만의 최대 재벌로 중국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한다.

지난 7년 동안 연속해서 중국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한 단일 기업인데, 전체 수출액의 5%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 회사 성장의 비결은 중국의 싼 인건비였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실습 명목으로 고등학생, 대학생을 데려다 일을 시켜 물의를 빚었고, 열악한 환경으로 2010년에만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중국인들이 공장 근무를 꺼리면서 폭스콘은 성장의 덫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 스마트 팩토리에 회사 미래가 달렸다고 하는 것은 그래서다.

폭스콘의 한 간부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공장을 지능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칭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