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숱한 변수들…근본 해법은 결국 구조개혁"

지난 13일 박근혜정부의 3번째 경제팀으로 출항한 '유일호호(號)'가 초기부터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의 사방을 둘러보면 온갖 악재가 수두룩하고 희망의 빛은 어슴푸레할 뿐이다.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지표로 확인됐고, 글로벌 불황의 증표로 받아들여지는 기록적인 저유가 행진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부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새해 들어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내 금융시장은 그 여파로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했다.

박근혜정부 3기 경제팀을 이끄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4대 부문 구조개혁 완수 목표가 출발 단계에서 적신호에 부닥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 부총리가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팀을 이끌게 될 것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위기를 딛고 강인한 체질을 갖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힘들어도 긴 안목으로 고질적인 문제들을 풀 구조개혁 추진에 한층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중국 경기둔화에 추락하는 국제유가…'첩첩산중'

연초 들어 중국 경기둔화와 유가 추가하락 등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잇따라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에 그치며 연간성장률로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7% 이상 달성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를 넘는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작년 내내 지속된 저유가도 더 심화할 기세다.

저유가로 인해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전체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이 58%에 달하는 한국도 조선·건설·플랜트 등 분야의 수주가 크게 줄면서 악영향에 노출된 형국이다.

지난해 국제유가 변동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원유 가격 평균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69달러로 2005년의 49.59달러 이후 가장 낮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53.60달러로 역시 2005년(55.26달러) 이후 최저치다.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해 48.76달러로 2004년(41.47달러) 이후 11년 만에 40달러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원유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유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악재가 쌓여가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4.19포인트(2.34%) 내려 작년 8월24일(1,829.81) 이후 가장 낮은 1,845.45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214.0에 달해 종가 기준으로 2010년 7월19일(1,215.6원)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노사정 노동개혁 합의 추진 무산 위기…연초부터 구조개혁 작업도 표류

유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4대 분야의 구조개혁 완성은 손끝에서 더 멀어졌다.

유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백병전도 불사해야 한다"며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1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흔들림 없이 구조개혁과 경제혁신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직면한 상황은 정말로 녹록지가 않다.

한국노총은 지난 19일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함께 노사정위원회 논의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임금피크제 확대) 요건을 완화하는 지침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기간제법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개혁 4대 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근로계약 해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을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경영계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노총을 비판하면서 기간제법까지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정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마이 웨이'를 걷는 모양새다.

정부는 노동개혁법안이 통과되면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특례 업종이 축소돼 2017년까지 20만 개가 넘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정착하고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청년 취업의 문도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14년 9월 이후 2년 넘게 이어져 온 노사정 대화가 전면 중단되면서 노동시장 개혁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올 4월에 20대 국회가 출범하는 것과 맞물려 정부가 구조개혁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구조개혁의 동력을 어디에서 찾을지, 어떻게 동력을 만들어나가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애초 예상보다 더 안 좋은 상황…그래도 구조개혁에 전력 쏟아야"

전문가들은 '유일호호'가 맞닥뜨린 현 경제 상황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단기적으론 확장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운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 추진에 힘써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말 예상 때보다 세계 경제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기대가 뚜렷하게 저하되면서 금융 시장의 충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대가 떨어지면 수요가 줄어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우리 경제도 지난해보다 더 좋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 스스로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이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 앞에 놓인 난관을 뚫고 나아가기 위한 해법에 관한 전문가들 의견은 결국 구조개혁으로 모인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때가 아니라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때"라며 "개혁하지 않으면 일본과 비슷한 장기 침체에 빠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성장률 3%대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기보다는 국민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개혁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 역시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도록 '안전벨트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확장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구조개혁의 성과를 빨리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만만찮은 경제여건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개혁법안을 이번 임시국회 내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중소기업 등 민간 핵심회사 1천150곳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어려움이 있지만 경제팀이 단합해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흔들림 없이 구조개혁과 경제혁신에 매진하겠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박초롱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