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 양상…일반직 "다른 직종 배려 전무"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일반노조가 반대 성명을 발표해 노-노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대한항공에는 조종사노조(1천85명), 조종사새노조(760명), 그리고 조종사를 제외한 일반노조(1만6천여명)가 있다.

일반노조는 사측과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총액 대비 1.9% 인상에 합의한 반면 조종사노조는 37% 인상을 요구하다 접점을 찾지 못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도 결렬돼 파업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조양호 회장이 계열사 전체에서 받은 급여인상률과 같은 인상률을 요구하다 37%가 잘못 계산된 수치임을 인정했지만 새로운 인상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반노조는 20일 '조종사 노조 쟁의 찬·반투표를 바라보는 입장'이란 성명을 냈다.

일반노조는 "조종사 노조의 쟁의관련 찬반투표는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조종사 노조의 집행부 명분만을 내세운 것으로 파업 피해를 강요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몰이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운항직종 외 객실·정비·운송·예약·판매 등 20여개의 직종에 대한 배려는 전무한 상태"라며 "2005년 조종사 파업으로 과연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일반노조는 "2005년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200편 이상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 조종사노조는 국민적 호응을 얻어내지 못한 귀족노조로 자리매김했다"며 "전직종이 아픔을 감수해야 했던 과거의 행위를 인정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반노조는 10년 전 조종사노조 파업 당시 승객들로부터 1차적 피해를 받았던 것은 자신들이라며 이로 인한 직종간 이질감이 한계에 치달았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조종사노조가 파업하려면 조종사새노조 조합원까지 더한 숫자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새노조 집행부는 파업 찬반투표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대한항공은 21일 "이미 일반노조와 1.9%로 임금협상을 마쳤으며 일반노조와 형평성을 고려하면 조종사의 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반노조의 성명을 두고 직장인 전용 SNS인 '블라인드' 대한항공 게시판 등에는 격한 반응의 댓글이 오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