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부르는 유통구조] '고비용 구조'깰 대안은…농가~소비자 이어주는 '농산물 큐레이터' 늘리자
유럽연합(EU)은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 중간 매개자가 한 명만 있는 ‘근거리 유통망’을 정부 주도로 구축했다. 복잡한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 거래인 한 명의 소개를 통해 농가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도 바이어가 직접 생산농가와 접촉해 판로를 만드는 유통 시스템이 부상하고 있다.

호주 등 축산 선진국에선 축산농가와 도축·가공·판매조직 등을 한데 묶는 축산조직 ‘패커(packer)’가 보편화돼 있다. 유통단계가 줄어든 혜택은 주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덴마크의 대형 패커 ‘데니시 크라운’의 돼지고기 내수시장 점유율은 84%에 이른다.

한국도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해외 유통 선진국처럼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거래와 전자상거래 등 대안유통이 대표적이다. 이미 국내에도 농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농산물 큐레이터’가 등장했다. 농가는 농산물 생산에 집중하고 소비자 응대 및 홍보 등은 큐레이터가 담당한다. 큐레이터는 거래가 성사되면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대부분 농축산물의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경매 위주의 도매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물류센터를 통해 물량을 공급받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생겼지만 어차피 최종 가격은 도매시장 기준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유통비용 감축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거래 모델을 개발하고 경매제와 정가·수의매매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과정 효율화와 함께 산지에서부터 농협, 영농조합법인 등 유통조직 육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약농가에 평년 가격의 80% 수준을 보장하되 수급조절 의무를 부과하는 식으로 재배면적 조절과 출하 조절 등 사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