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허술한 검사, 폭스바겐 '솜방망이 처벌' 불렀다
폭스바겐의 경유차 배기가스 조작에 대한 환경부의 조사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조작 여부를 밝힐 열쇠인 엔진 장착 소프트웨어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배기가스만 반복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써 유로6 차량 조작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한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의 담당 연구원도 이 같은 문제를 최근 사내 이메일을 통해 폭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가 폭스바겐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도 이처럼 조사가 허술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술한 조사 방법

환경부와 교통환경연구소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핵심인 소프트웨어를 조사하는 대신 여섯 차례의 실내 인증 실험을 통해 얻은 배기가스를 비교 분석했다. 첫 번째 실험을 제외하고 2회째부터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작동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유로5 차량의 소프트웨어 조작 여부는 추정했지만 유로6 차량에 대한 조작 여부는 판단하지 못했다.

차량 인증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조사 방법으론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차량 분석장비 제조회사 대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로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만 장착된 유로5 차량과 달리 유로6 차량엔 EGR과 희박질소촉매장치(LNT) 또는 선택적 환원촉매장치(SCR)까지 붙어 있어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암모니아수를 활용하는 SCR은 배기가스 온도를 측정하면 SCR 작동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이것도 정확한 방법은 아니다”며 “엔진에 삽입된 소프트웨어 조작 원리를 정확히 알아내야 유로6 차량 조작 여부도 밝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내 인증 실험을 반복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내 인증 실험은 엔진 온도 변화 때문에 1~2회만 하는 게 정석”이라며 “실험을 반복해 엔진 온도가 오르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비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통환경연구소에서 폭스바겐 인증 실험에 참여한 K연구사는 지난 7일 본사 직원 전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왜 엉터리 검증 방법을 끊임없이 주장하느냐. 교통환경연구소가 폭스바겐의 대변인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까지 든다”고 밝혔다.

김정수 교통환경연구소 소장은 “반복 실험 시 엔진 온도가 상승해 질소산화물이 생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저감장치의 작동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반복 실험이 적합하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韓 8명 vs 美 160명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원인을 밝히기엔 교통환경연구소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많다. 교통환경연구소는 제조사 자체 실험이나 인증기관에서 받은 테스트 결과 인증, 수시 검사, 결함 검사 등을 맡은 환경부 산하 기관이다.

이 연구소의 정규직 직원은 총 19명이다. 이 중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의 핵심 수단이던 소프트웨어를 분석하는 전문 인력은 한 명도 없다. 배출가스 인증과 검사에는 정규직 연구사 2명, 비정규직 연구원 6명이 투입돼 있다. 소프트웨어 분석은커녕 할당된 인증 처리에도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연구소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팀 인원이 16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연구사 5명, 연구관 4명 충원을 요청했지만 행정자치부에서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실도로주행 인증 시험이 의무화되면 업무는 더 많아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이호근 교수는 “환경부(배기가스)와 국토교통부(연비) 등으로 이원화된 자동차 검사 감독권한을 통일하고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