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COO 승진 이후 미팅 분석…글로벌 '거물'들과도 교류 이어 가

비즈니스맨이 누구를 만나는지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가 만난 사람을 꼼꼼히 되짚어 본다면 기업의 현재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때부터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부회장의 ‘공식적 미팅’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나타난 키워드는 정보기술(IT)·자동차·중국·바이오 등으로 뽑아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 및 글로벌 재계의 총수 등과도 잦은 미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 필참

이 부회장이 가진 미팅의 첫째 키워드는 ‘IT'다. 삼성그룹 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삼성전자를 통해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거의 빠지지 않고 매년 7월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일명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7월 미국 휴양지 아이다호 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는 미국 뉴욕 월가 투자은행인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비공개 행사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 IT와 미디어·금융·정계 등 각 분야 유명 인사들 200~300명이 휴가를 겸해 참석,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다.

이 행사에는 손꼽히는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2015년에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 등이 선밸리에 모습을 보였다.

최고위 인사들이 모이는 만큼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이뤄지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이 체결되기도 한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 세계 거물들과 교류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2014년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에도 불구하고 참석할 정도로 의미가 큰 행사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콘퍼런스 때 팀 쿡 애플 CEO와 긴밀한 대화를 나눴고 행사 직후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송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IT 분야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조 케저 지멘스 회장, 폴 오틸리아니 인텔 CEO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공식적으로만 수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케저 회장은 최근 가까워진 인물이다.

2014년과 2015년 10월 1년 간격으로 한국을 찾은 케저 회장은 두 차례 모두 이 부회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또 2012년에는 케저 회장의 전임자인 피터 뢰셔 지멘스 전 CEO도 독일에서 만난 것을 파악됐다.

오틸리아니 인텔 CEO도 자주 만나는 인물이다. 오틸리아니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모두 각각 비메모리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 밖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팀 쿡 애플 CEO, 샤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도 이 부회장이 관계를 이어 가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의 거물들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CEO들도 이 부회장이 자주 만나는 인물들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자동차 기업의 CEO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댄 에이컬슨 전 제너럴모터스(GM) CEO,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는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한 삼성그룹의 자동차 전장 사업과 관계가 깊다. 이미 이 시기부터 전장 사업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 왔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IT 기업은 타 기업의 CEO들이 삼성전자로 찾아오는 비율과 이 부회장이 타 기업의 CEO를 직접 찾아가는 비율이 비슷하지만 자동차 기업은 이 부회장이 대부분 해당 기업의 본사를 찾아간다는 특징이 있다.

즉 글로벌 최대 IT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 부회장이 자동차 부문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버리고 직접 ‘영업’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미 이런 노력은 꽤 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초 모바일 기기 분야 최대 전시회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를 제쳐놓고 독일로 날아가 BMW그룹의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을 만난 일화는 유명하다. BMW가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에 삼성전자의 태블릿을 채용하거나 삼성SDI의 배터리를 전량 채용하고 있는 것이 본보기다.

셋째 키워드 ‘중국’은 이 부회장이 가장 공들이는 키워드일 수도 있다. 중국 관련 미팅의 특징은 기업인보다 정치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아직 중국의 비즈니스가 ‘관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한다.

대표적 인물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시 주석과 관계를 맺게 된 계기는 2013년 보아오 포럼 이사에 선출되고 나서부터다.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 포럼은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매년 아시아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

특히 2014년 4월은 시 주석과 더 가까워진 시기다. 시 주석은 당시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3월 이 부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심장 수술을 받아 이 부회장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시 주석과 서울 각처를 돌며 네 차례의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 외에도 이 부회장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2012년 6월, 2014년 4월, 2015년 11월)와 자주 만났다. 또 왕치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2012년 8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2013년 11월), 마카이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2014년 11월), 장더장 중국 전국인민대표 상무위원장(2015년 6월) 등 중국의 실력자들과도 미팅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와 함께 해외 정치인과 가진 미팅 중에는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미팅도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최대 생산 기지다.

넷째 키워드는 바이오다. 물론 바이오 분야의 미팅은 아직 많지는 않다. 하지만 미래 산업인 바이오의 성장과 직결된 미팅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11월 제베린 슈반 로슈 CEO와 스위스에서 만났다. 또 2015년 9월에는 지오바니 카포라오 BMS 사장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났다. 이 미팅은 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잇따라 로슈·BMS 등과 바이오시밀러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05년 11월 인천 송도에서 제3공장의 첫 삽을 떴다. 202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세계시장에서 생산능력 1위, 매출 1위, 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이는 이들 업체에 대한 철저한 정지 작업의 산물이다.

기업인의 미팅은 사실 모든 게 다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긴 하다. 직접적으로 계약 관계를 맺고 있지 않거나 느슨한 협력 관계에 있더라도 좋은 관계를 맺어 놓는다면 훗날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바로 재계의 거물들이다.

리카싱 등 글로벌 재계와도 교류 중

이 부회장이 재계의 거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부회장이 된 2011년부터다. 2010년 11월 말 승진한 이 부회장은 2011년 새해가 밝자마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찾아갔다.

공식적인 구실은 승진 및 신년 인사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전자 업계 라이벌 기업의 수장이자 재계에서 존경받는 ‘어른’인 구 회장에게 자신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012년은 글로벌 재계 인사와 교류가 많다.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 회장 등이 그들이다. SEB는 북유럽의 강자인 스웨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업이다.

제조업과 금융 등 전 방위적 사업을 하는 이 기업은 어찌 보면 ‘재벌’의 원류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예전부터 이 기업의 지배 구조 등에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아시아 최대 부호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33조원이 넘는다. 현재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3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 회장은 리카싱 회장을 넘어서는 세계적 부호다.

한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1위 부호에 오르기도 했던 그의 재산은 현재 약 50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이 중 이 부회장은 카를로스 슬림 회장과 두 차례나 만났다. 한 번은 한국에서, 다른 한 번은 멕시코에서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은 자주는 아니지만 정치인들과도 미팅을 가졌다. 주로 간담회 등의 공식 행사를 통해서였다. 앞서 소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박근혜 한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과 만났다.

또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 이명박 한국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의 프로암 대회에서였다. 또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도 두 차례 만났다. 삼성전자는 올림픽의 메인 스폰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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