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불확실성 커진 재테크시장 '구원투수'
연초부터 힘없는 증시가 펼쳐지면서 한국형 헤지펀드(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는 공모형, 주식형 펀드에 비해 시황을 덜 탄다. 매년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자산가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롱쇼트 전략(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미리 파는 것) 등 절대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기법을 다양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자격을 얻은 투자자문사들이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마이다스·안다 돌풍 지속될까

한국형 헤지펀드, 불확실성 커진 재테크시장 '구원투수'
현재 설정 운용 중인 46개 헤지펀드 가운데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펀드는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다.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탄 코스피는 결국 2.76%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 펀드는 23.21%의 수익을 냈다.

마이다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식 롱쇼트보다 이벤트드리븐(기업공개, 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 전략 등이 펀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하이자산운용의 ‘하이힘센’과 안다자산운용의 ‘안다크루즈’가 각각 12.69%, 12.65%의 수익률로 2, 3위를 기록했다. 이 펀드들도 여러 가지 절대수익 전략을 골고루 활용했다. 박지홍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팀장은 “한 가지 전략만 고집하면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며 “3~4가지 전략을 함께 쓰는 동시에 시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불확실성 커진 재테크시장 '구원투수'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는 ‘1990년대 정기예금’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시황이 아무리 출렁거려도 연 수익률은 7~10%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다.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이 삼성 헤지펀드에 몰리는 이유다. 삼성자산운용이 굴리고 있는 7개 헤지펀드 중 가장 덩치(설정액 2936억원)가 큰 ‘삼성 에쿼티 헤지 1호’는 지난해 7.56%의 수익을 냈다.

문턱 낮아진 헤지펀드

지난 연말에는 라임, LK 등 2곳의 투자자문사가 2개씩 펀드를 설정,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투자자문사도 등록만으로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다른 자문사들도 신규 펀드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투자자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라임투자자문은 지난달 말부터 설정액 60억원 규모 ‘라임 모히토’와 145억원 규모 ‘라임GAIA’ 등을 운용 중이다. 펀드 내 절반가량은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고, 나머지는 이벤트드리븐, 메자닌 전략 등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헤지펀드가 주류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절대수익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5억원 이상 최소 투자 요건이 1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된 것도 시장 확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윳돈이 1억~2억원인 투자자들까지 헤지펀드 시장에 가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며 내세운 명칭이다. 펀드당 49명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법정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따라 3억원, 5억원 등으로 최소 가입금액 기준이 제각이다. 목표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10% 안팎을 성공보수로 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