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대까지 낮췄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10% 내외의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갈수록 둔화해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계조작 가능성을 감안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일부 해외IB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5%대 전망…내년은 더욱 악화"

19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작년 4분기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6.9%로, 3분기에 이어 2009년 1분기 6.2%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4분기 GDP 증가율을 발표한다.

IB들의 향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가 평균 6.5%, 내년은 평균 6.3%로 더욱 비관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전체 중국 경제성장률이 5.8%, 내년에는 5.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올해는 6.0%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5.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기별로 보면, 노무라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 바클레이즈는 3분기부터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르헨티나의 방코 빌바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2%, 내년에는 5.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BMI리서치도 올해 6.3%, 내년 5.9%를 예상?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1978년 이후 30여년간 10% 내외의 잠재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잠재성장률이 7∼7.5%로 둔화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6%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는 2012년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한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

고령화로 부양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과잉투자와 많은 채무, 정부의 과도한 금융시장 개입도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서면서 성장 패러다임을 투자 위주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하고, 금리와 자본 자유화 등 금융개혁을 통해 성장의 장애요인을 제거한다는 입장이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 경제는 다시는 10%대 고성장기로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성장을 하다가 중속 성장으로 내려앉고 있다"라고 말했다.

◇ 통계조작 감안하면 中성장률 2%대…무디스 "韓, 中성장둔화에 가장 취약"

중국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통계조작을 감안하면 이미 2%대로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작년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9%로 발표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시장전문가들을 인용, 실제로는 성장률이 발표된 수치보다 1∼2%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바클레이즈와 노무라 등 리서치업체와 연구기관 6곳의 자체분석 결과,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최저 2.9%에서 최고 6.6%로 추산됐다고 작년 11월 집계한 바 있다.

당시 LSR은 중국의 명목 GDP를 바탕으로 다양한 물가지수를 적용해 실질GDP를 환산한 결과, 작년 3분기 성장률은 연율로 환산해 2.9%라고 주장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화물량과 전력생산량, 여객수, 공사현장 면적 등을 따져봤을 때 3분기 성장률이 4.4%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정보 및 컨설팅업체 월드이코노믹스(WE)는 최근 세계 154개국 GDP 통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은 63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그리 믿지 못할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

평가기준은 기준연도, 계산방식, 1인당 GDP와 경제활동 자료수집과 측정에 투입된 자원의 규모 등이다.

중국의 국가통계에 대해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리커창 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미국 대사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중국의 GDP 통계는 인위적이어서 믿을 수 없다면서 자신은 전력 소비량, 철도 화물량, 대출 지급액 등 세 가지 통계로 경제성장을 가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각 성별 GDP총합이 전국 총량보다 수백조원 많게 집계되는 등 경제 각 부문과 항목 간 수치에 모순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작년 주요 개혁과제의 하나로 GDP통계의 거품제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한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 성장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는 분석이 대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1%포인트 감소하면 여러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0.8%포인트 깎이는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중국 GDP가 연율 기준 2.5% 감소하는 충격이 가해지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0.89%포인트, 신흥국 경제성장률은 1.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이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둔화에 가장 취약하다며 내년까지 연간 GDP 성장률이 2.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